▲ 하늘도 호수도 석양에 물들고~~
7월의 첫 날, 여름의 첫 날이 장맛비로 시작합니다.
장마철의 장맛비는 종일 오래 내리는 비가 아니지요
주위가 온통 캄캄해지기도 하면서
느닷없이 억수같이 쏟아지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 빗줄기를 거두어 가면서 틈새로 강한 햇살을 내려주기도 합니다.
마치 이 계절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요술 부리듯 날씨의 변화를 보여주는 철입니다.
봄날의 마지막 날, 어제도 그렇게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제 산책시간에는 비를 멈추어 주더군요.
얼른 자전거를 끌고 나갔답니다.
호수 변 산책로는 물 빠짐이 좋은 마사토 길이어서
곳곳에 급히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제외하면
걷거나 자전거 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길이랍니다.
하늘의 구름들은 여름을 맞이하는 전야제에 등장하여
이제 막 광란의 빗줄기 마스게임을 마치고 흩어지는 무리처럼
자유스럽게 하늘에서 노닐고 있는데
그 틈새로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자태로 빛을 내 보입니다.
우리들은 노을이라고도 하고 석양이라고도 하는데
그 빛줄기를 잡아끌어 제 몸에 걸치고 있는 구름들이
말 그대로 노을에 물든 빛을 연출하며 정말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답니다.
호수 변을 따라 곳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지요.
호수를 마주하는 산등성에 활짝 핀 자귀나무 꽃들은
틈새로 반짝이는 햇살을 드라이어 삼아 서둘러
장맛비에 함초롬히 젖은 머리칼을 말리고 부채춤을 추는데
점점 어두워지는 시간임을 알아차린 자귀나무는
잎들을 오므리고 낮 동안에 비축한 영양분을 갈무리하고 있었어요.
7월을 우리의 시인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 했고
인디언들은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산딸기가 빨갛게 익는 달,
옥수수 튀기는 달, 이라며 자연에 빗대어 이름 지었으니
참으로 더할 나위없는 순수한 마음들이지요.
저는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이라는 표현을 제일 좋아합니다.
모두가 여름을 여름답게 살아가는 모습들에
내 마음도 여름을 맞이하며 예쁜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은데…
어디 생각이 나야 말이지요.
그냥 조용히, 혼잣말로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 7월은 혼자 속삭이는 달~~”
▲ 호수도 이에 질세라 반영으로 응답하며 동참하고 있으니
▲ 반영
▲ 자귀나무
꽃은 포슬포슬, 잎은 딱 오므리고...
▲ 蓮 들도 분위기에 물들고
▲ 점점 더 어두워지는 시간에
하늘은 더욱 붉은 빛으로
하루를 마감하려 합니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大暑를 보내며..... (0) | 2018.07.23 |
---|---|
연꽃 그림의 의미는? (0) | 2018.07.21 |
이 아침 꽃에 희망을 얹어보았다. (0) | 2018.06.12 |
3년만의 자전거타기 (0) | 2018.06.02 |
竹秋, 대나무의 가을은 위대하다. (0) | 2018.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