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거실 청소를 하다가
현관 한쪽에 세워진 자전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픔으로 병원 출입이 잦았던 해로부터 3년~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세워 두었더니 먼지가 쌓이고
타이어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바람이 빠져 있었다.
자전거 수거장으로 내려 보내야겠다는 혼자만의 생각에 이르자 허전함이 밀려온다.
동안 간간히 한 번씩 청소를 해 두긴 하면서도 자전거를 탈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았을까.
남편이 오늘 자전거를 말끔히 수리해 가지고 온 것이다.
타이어, 체인 등을 모조리 교체했다면서 나보고 얼른 한 번 타보라고 한다.
오랫동안 타지 않았는데 괜찮을까? 하면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니
몇 번 휘청거리더니 아~~ 잘 달려지는 게 아닌가~ 넘 기분이 좋아진다.
자전거와 자동차 운전은 한 번 배워두면 절대 잊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고 크게 웃으니 남편은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한다.
그 길로 그냥 도로에 나섰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모자도 쓰지 않고 땡볕에 나서서
자전거 전용도로만을 골라 달리니 얼마나 좋던지~~
오늘따라 바람이 불면서
내 머리를 앞에서 뒤로, 어느 땐 뒤에서 앞으로
빗어 넘기며 함께 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길가의 금계국들도 나를 환영해 주는 듯싶었다.
횡단보도에서 멈출 때 균형을 못 잡아 쓰러질 뻔 했고
약간의 오르막에서도 힘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 길을 잘 달렸었는데…
자전거를 밀어주는 허벅지 힘이 많이 부족하다. 팍팍하다.
움푹 팬 도로위에서 덜컹거릴 때는 행여 넘어질까 긴장이 된다.
저쪽의 풍경들이 마냥 내 가슴으로 달려들고 있으나
넘어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서 나는 미처 그들을 맞이할 여유로움이 없다.
손으로 핸들을 잡지 않고도 몇 바퀴씩 나아가곤 했는데 이젠 어림도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몸이 좋아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인 것이다.
해를 등 뒤로 떠밀면서 방향을 바꾸고 나니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보랏빛 갈퀴덩굴이 바람에 보랏빛을 날려 보내고 있다.
들녘에는 보리가 익어가고 있고
부지런한 주인을 만난 논에서는 어느새 모내기가 끝나 있었다.
자연은 제 할 일 하면서 풍경을 이루는데
자연이 아닌 사물들은 자기가 풍경의 주인인 냥 천연덕스럽다.
다시 만난 오르막길~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 없어 내려서 끌고 걸었다.
예전에 이 길에서 길가의 우뚝우뚝한 나무들이
아테네신전의 기둥 같다며 하나씩 세며 달리기도 했는데…
어라? 족제비싸리들이 빼꼼 고개 내밀며 힘내라고 나를 응원한다.
이제 내리막 길~~
자전거위로 올라앉았다. 아~ 사르륵 내려가는 이 가벼움이라니!
내 몸도 이제 힘듦의 고비를 넘기고 이제 수월하게 내려가는
그 어디쯤에 도달했다는 믿음을 새기고 싶었다.
이제 여름이다.
여름이라는 계절도 한 바퀴씩 굴러 내 디디며 저어가야겠다.
▲ 자전거전용도로의 금계국
▲ 바위취
▲ 벳지(갈퀴덩굴)
유럽에서 귀화한 식물로 일찍이 갈퀴덩굴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는데
요즈음 들어서 벳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한때 녹비작물로 재배되기도 했는데
워낙 번식력이 강해 생태 교란 식물이라 하여 요즈음에는 제거하기도 한다.
▲ 누렇게 익은 보리와 모내기한 논
▲ 풍경사진을 찍는 나를 햇님이 찍어 주었다.
▲ 오르막길에서~~
▲ 족제비싸리
족제비꼬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향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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