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의 산책은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하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의 낯섦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세월 따라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모두는 나와 함께 숨을 쉬었고,
그 숨결이 스미어 있음으로 늘 다정하니
이제 지난 시간을 품고
새로운 시간을 향하여 함께 나가기를 청해보며 저들의 다정함에 말 걸어본다.
비 내리는 성탄절 이브인 일요일,
차분함으로 지낼 수 있어 더욱 좋다.
많은 비가 내리더니 맞춤하게 점심시간 즈음에 비가 그친다.
일요일이면 늘 이 시간에 산을 오르는 나에게
크리스마스선물을 주시는 듯싶어 얼른 차림을 하고 나섰다.
비에 푹 젖은 낙엽을 밟고 걷는 발걸음이 절로 가볍다.
날씨도 웬일인지 봄 날씨 같은 포근함이니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걷노라니 마음이 절로 즐거워진다.
내리막 오솔길은
내리는 비에 낙엽을 쓸어내리고 말끔하게 단장했다.
아! 물줄기들도 특별한 날을 즐기고 싶었나보다
물줄기들은 마치 구르듯 흘러내리더니
씻겨 내리지 못한 낙엽들에 그만 걸려들고 말았다.
갈 길이 막힌 물줄기들은
낙엽 그물망 앞에서 물방울 놀이를 하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잖은가!
스쳐 지나는 나에게 보석을 만들어 건네는 그들이 정말 귀엽다.
노린재나무 열매도, 청미래덩굴 열매도
먼지에 뒤 덮였던 제 몸을 씻겨준
물방울과의 이별이 아쉬운 듯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
언제쯤 떨어트릴까.
바라보는 나는 아슬아슬하기만 한데 둘은 서로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소나무갈잎들도
제 몸을 빗물 흐르는 오솔길에 그냥 맡기지 않았다.
서로서로 제 몸을 빗겨가며 무늬를 만들어 오솔길을 꾸미고 있었다.
폐가 지붕을 멋스럽게 장식하듯 무성한 노박덩굴은
하마 저 창문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까
곱게 빗질한듯 서 있는 삼나무가 더욱 조화롭다.
차창은 거울이 되어 나무들을 비추며
쓸쓸히 몸을 뉘인 나뭇잎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으니
성탄절의 참 사랑을 목하 실천 중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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