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남겨진 날들의 하루하루에 부치다.

물소리~~^ 2017. 12. 25. 13:18




특별한 날의 산책은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하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의 낯섦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세월 따라 그냥 흘러가는 것 같지만

모두는 나와 함께 숨을 쉬었고,

그 숨결이 스미어 있음으로 늘 다정하니

이제 지난 시간을 품고

새로운 시간을 향하여 함께 나가기를 청해보며 저들의 다정함에 말 걸어본다.


비 내리는 성탄절 이브인 일요일,

차분함으로 지낼 수 있어 더욱 좋다.

많은 비가 내리더니 맞춤하게 점심시간 즈음에 비가 그친다.

일요일이면 늘 이 시간에 산을 오르는 나에게

크리스마스선물을 주시는 듯싶어 얼른 차림을 하고 나섰다.


비에 푹 젖은 낙엽을 밟고 걷는 발걸음이 절로 가볍다.

날씨도 웬일인지 봄 날씨 같은 포근함이니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걷노라니 마음이 절로 즐거워진다.

내리막 오솔길은

내리는 비에 낙엽을 쓸어내리고 말끔하게 단장했다.




! 물줄기들도 특별한 날을 즐기고 싶었나보다

물줄기들은 마치 구르듯 흘러내리더니

씻겨 내리지 못한 낙엽들에 그만 걸려들고 말았다.

갈 길이 막힌 물줄기들은

낙엽 그물망 앞에서 물방울 놀이를 하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잖은가!

스쳐 지나는 나에게 보석을 만들어 건네는 그들이 정말 귀엽다.





노린재나무 열매도, 청미래덩굴 열매도

먼지에 뒤 덮였던 제 몸을 씻겨준

물방울과의 이별이 아쉬운 듯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

언제쯤 떨어트릴까.

바라보는 나는 아슬아슬하기만 한데 둘은 서로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소나무갈잎들도 

제 몸을 빗물 흐르는 오솔길에 그냥 맡기지 않았다.

서로서로 제 몸을 빗겨가며 무늬를 만들어 오솔길을 꾸미고 있었다.






폐가 지붕을 멋스럽게 장식하듯 무성한 노박덩굴은

하마 저 창문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까

곱게 빗질한듯 서 있는 삼나무가 더욱 조화롭다.

    

차창은 거울이 되어 나무들을 비추며

쓸쓸히 몸을 뉘인 나뭇잎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으니

성탄절의 참 사랑을 목하 실천 중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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