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이 풀리는 호수
▲ 호수가 얼고 그 위에 눈이 내렸으니.....
흐르지 못하는 물을 담고 있는 호수는
연안 식물이 침입할 수 없을 정도로
수심이 깊어야만 호수라 불릴 수 있다고 하였다.
그처럼 말없이 살아가는 속 깊은 호수도
제 몸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시절이 있으니 찾는 이 없는 한 겨울이다.
한파에 제 몸을 눈으로 뒤덮고도
얼어버린 호수는 쩡쩡 울리는 목소리로 위엄을 부리더니
얼음이 풀릴 즈음이면
제 몸의 리듬 따라 유연한 곡선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살얼음이 얼었다 풀리는 호수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속이 깊은 호수는 말 대신 저 몸짓으로 무엇을 말하려 하였을까.
몸짓 언어를 듣고 싶어 눈을 감으니
어느 시인의 말처럼 듣고 싶은 내 마음만 호수만하다.
어쩌면 이 계절에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몸짓 언어가 아닐지…
어느 먼 곳 겨울풍경의 그리움이 밀려오면
지난했지만 따뜻했던 삶을 기억하라는
호수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몸짓의 언어를
이 계절이 가기 전 내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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