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너무 춥다.
출근길, 두툼한 패딩코트를 걸치고 그대로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할 때 불편함으로 코트는 늘 벗곤 하는데 요즈음에는 벗기가 싫다. 뭉그적거리며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한참을 앉아 있노라니 푸른 겨울날 하늘의 팽팽함으로 추위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Winter light’ 노래처럼 명징한 날카로움이 전해오는데 주차장 건너편 허공에서 새 두 마리가 높은 나뭇가지 위의 제 집에서 날아오르기를 반복한다. 새들은 춥지도 않을까. 이 추운 날에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좋을 텐데…
새들도 이 추위에 멀리 날지 못하고 따뜻한 제 집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높은 곳에 달랑 매달려 있는 집이지만 참으로 포근한 곳이 아니던가. 겨울 밤 추운 밤하늘을 떠도는 달님도, 별님들도 저 아늑한 집에 초대해서 잠깐 몸을 녹이며 쉬었다 가라고 청하기도 하였을까.
문득 새들이 집을 지을 때의 재료에 바람이 꼭 들어간다는 말이 생각난다. 새들은 일부러 바람이 많은 날을 택해 집을 짓는단다. 그래야 바람에 견디는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이 느린 사람들을 비유한 비속어로 흔히 ‘새대가리’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 얼마나 모순된 말인지를 새의 집들을 바라보며 고쳐야할 것이다. 바람이라는 가장 큰 난이도를 이기기 위해 그 난이점을 아예 집의 초석으로 삼는 지혜는 우리 사람들도 마땅히 따라야할 지혜임을 새삼 느껴본다.
요즈음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머리를 굴려야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여러 난제들이 불어 닥쳤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할 법적 근거로 이를 준수하기 위한 틀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모든 사항들이 자동 상승되는 여태의 경우와 달리 너무 많은 인상요율에 따른 대책으로 많은 기업들이 근무시간 단축시행으로 나가고 있으니 그에 준하는 급여체계의 모든 것을 새롭게 작성해야 하는 일이 내게 닥쳤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시도를 해보며 골머리를 앓는 순간마다, 흔들림 없는 정책으로 일관성 있게 나갈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거듭하는 요즈음 문득 새집을 바라보노라니 새들의 지혜를 따라하고 싶은 심정이 불쑥 일어나는 것이다.
새들로서는 가장 어려운 불청객일 뿐인 바람이라는 조건을 수용함으로서 최고로 안정성 있는 집을 짓고 살아가듯, 우리에게도 바람 같은 갈등의 요소를 타협하여 서로 간에 불만이 없는 그런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 살아가는 안정된 사회기반이 이룩되었으면 싶은 심정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지만 가장 큰 운치를 지닌 새집의 지혜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절대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뒤늦게 새가 집을 짓는 이치를 깨달음으로 에돌아 가는 걸음이지만, 올 한해 남은 나의 일정을 잘 헤쳐 나가며 흔들림 없는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의 숙명 (0) | 2018.01.18 |
---|---|
남겨진 날들의 하루하루에 부치다. (0) | 2017.12.25 |
떠나는 가을을 위한 연주회 (0) | 2017.12.05 |
마음을 살찌우는 나눔 (0) | 2017.11.30 |
낙엽 쌓인 오솔길을 걷노라니… (0) | 2017.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