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내 귀에 들리는 소리
싸아싹 싸아싹~~
계절을 알려주는 싸리 빗자루 소리에 그만 걸음을 멈칫하고 말았다.
‘에고 이 낙엽을 언제 다 쓸어내신데요~’
‘예, 날마다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을 하시지만
얼굴표정은 환하시다.
덕분에 화단이 말끔해 보이는데
화단의 커다란 바위위에 호박 세 개가 얌전히 포개 올려있는 것이 아닌가!
호기심에
‘아저씨 이건 무슨 호박 이예요? 하고 물으니
주민 한 분께서 밭에서 거둬 오신 것을
필요하신 분 가져가라고 그렇게 올려놓으셨다고 하신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다.
호박이라는 자체도 퍽 정감 있는 물건인데도
나누는 마음이 정말 순박하고 예쁘게 느껴지면서
요 일주일 동안 사무일로 정신없이 지내던 내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안온해 지는 것이다.
11월 마지막 날, 가을의 마지막 날,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푸근함이 느껴지니
다가오는 12월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살아가는 힘을 부여 받는 일~~
내 것이 아니어도
마음을 살찌우는 나누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얌전히 앉아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호박이 빙긋이 웃으며 알려주고 있잖은가!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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