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수사에 들어서자 만나는 대웅전의 특이한 건물
4년 전 쯤 되었을 것이다.
‘타인능해’ 라는 철학으로 나눔을 실천한 오래 전의 가옥,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운조루에 다녀오던 이른 봄 어느 날,
그곳에 가까이 있는 문수사를 찾아 오른 적 있다.
지리산 깊은 곳에 위치한 그 절에
곰이 사육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편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른 봄 날씨였지만 굽이굽이 돌아드는 산골짜기의 길에는
아직도 군데군데 잔설이 있어 쉬이 오를 수 없어 중간에 되돌아 왔던 것이다.
며칠 전 허수아비, 코스모스 축제를 다녀오는 길에
지리산 반달곰이 있는 문수사라는 표지판이 보이자 남편은 또 한 번 가보자며 차를 돌린다.
골짜기 깊이 들어갈수록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계곡의 청정함이 물씬 느껴진다.
뱀사골에 견줄만한 계곡이라는데 몇몇의 탐방객들 외에는 고요하기 그지없는 길이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오르니 길 끝나는 곳에 여염집 싸리문 같은 곳이 나오더니 문수사란다.
▲ 일주문 대신 해우소와 등나무 아치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이 절터는 좌청룡 우백호의 기운이 가득한 곳으로
백제 성왕 25년 (서기 547년)에 세운 절로
원효대사 의상법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많은 고승들이 수행정진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임진왜란때 왜병의 난입으로 파괴된 후, 다시 6.25사변을 맞아 전소되었던 것을
1988년에 고금당선원을 건립하고 진입도로를 완성함으로서 사찰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어설픔이 전해왔다.
그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면 어쩌면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을....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곳이어서인지 비좁은 느낌이었다.
▲ 대웅전의 모습도 3층으로 높이 올린 건물이었는데 이 또한 낯설었다.
▲ 범종각
▲ 범종각 옆의 철망 안에 시커먼 무언가가 보이더니 아, 곰이었다.
곰은 우리를 보자 먹이를 달라는 듯 정신없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사료를 구입하여 넣어주면 된다고 했는데 왠지 그렇게 하기 싫었다.
어찌나 움직임이 요란한지 조금 무서움도 느꼈다.
▲ 기와로 쌓은 와불전 담의 규칙성이 이채롭다
▲ 실외에서 와불 모습은 만나봤지만
실내에서 모셔진 경우는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 좁은 마당이지만 아기자기함이 가득하다.
▲ 돌담 축대위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
▲ 아주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
와불전 뒤편 길을 따라 오르면
문수사가 지닌 깊은 역사의 현장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조망 또한 좋다고 하는데
머리의 묵직함에 의욕을 상실한 내 표정을 살펴 본 남편이 서둘러 돌아가자 한다.
곳곳에서 흐르는 물들은 모두 식수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있는 만큼
이곳은 청정한 지역인 것이다.
반달곰으로 존재의 가치를 알려주는 문수사가 왠지 쓸쓸해 보였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문수골의 수수한 차림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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