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바람을 가르고 만복대에 오르다

물소리~~^ 2017. 9. 21. 08:55





▲ 성삼재 휴게소

정령치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20분 달려 도착했다.

정령치보다 약 120여 미터 낮은 곳임에도 구름이 내려와 있다.

 


▲ 성삼재에서의 시작지점

 

   그냥 산이 좋았다. 좋은 것을 만난다는 것 또한 좋아서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산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일렁이곤 하였다. 다녀오면 충만함 끝에 서려있는 무언가 모를 허전함도 함께 차오르며 한동안 산을 찾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높은 곳을 오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국립공원 22곳 산의 정상을 모두 밟아 보았고 이제는 낮지만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닌 산을 다니기로 계획하고서는 더럭 아파버렸다.


 


▲ 성삼재에서 만복대까지는 5.3km,

만복대에서 정령치까지는 2km, 총 7.3km를 오늘 걸어야한다.

시간은 정하지 않고 몸 컨디션 따라 고무줄 타기 할 것이다.


▲ 오른쪽의 모습은 며느리밥풀꽃의 열매인 듯 싶은데....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리도 건강한 몸이었는데 어찌 그렇게 쉽게 무너졌느냐고 의아해하면 나는 그런 체력이 있었기에 지독한 치료의 힘듦을 이겨낼 수 있었노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며 내 몸을 합리화시켜주었던 것이다. 2 년여의 공백기를 거치고 이제는 바닥난 체력에 맞춰 높은 산을 오르기보다는 낮은 곳을 걷는다는 의미로 차츰 한 걸음씩의 행보를 시작했다.

 


 


 


▲ (^+^) 바람막이에 우의까지 겹쳐 입었다.

여기까지 오르는 동안에도 바람이 많이 불고 많이 추웠다.

 

다행히 치료가 끝나고 순탄한 나날이 계속되면서 차츰 높은 곳을 바라보는 마음도 높아만 간다. 겹겹이 포개진 산들의 실루엣은 그 자리에서 언제나 날 기다리고 있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하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다. 오르는 것도 좋았지만 낮게 걸으면서 더 많은 풍경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도 더없이 좋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萬福臺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복이 많은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복 많은 곳임에도 그리 어렵지 않은 등산로로 알려져 있어 바람 많이 부는 날 산 속으로 들어섰다. 분수 넘는 복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복을 지닌 풍경은 그리움으로 늘 어른거렸다.

 


▲ 강한 바람에 시달리는 나뭇잎들은 아우성을 지르며 뒤돌아서서 반항하고 있다.



 


▲ 구름에 갇힌 성삼재~

 


▲ 나의 시선을 안타까이 여긴 구름이 서서히 비켜가며

한순간 성삼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

▲ 오른쪽은 시암재

 

 

▲ (작은)고리봉에 올랐지만 바람이 어찌나 심하던지 겨우 이 사진 하나만 건졌다.

 


 


▲ 풍상을 겪으며 자라는 소나무

 


▲ 억새와 산비장이

오늘 산비장이를 참 많이 만났다. 어찌 그리도 고운 빛인지..

높은 곳에서 맑은 이슬을 먹고 살아가노라면 진정 이런 모습일까.

 


▲ 반야봉이 설핏 보인다.

 


 

 

▲ 자주꿩의 다리


▲ 묘봉치란다. 다음 이정표는 만복대~~

 


 


▲ 반야봉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 뒤쪽 주종주능선은 아직도 구름 가득한데

내가 지나온 봉우리들이 가지런하게 뻗어있다.

 


 


 

 

▲ 햇살이 보이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이제는 우의을 벗고 모자를 꺼내 써야겠다.


▲ 나무 사이로 만복대가 보인다.

 


▲ 다시 뒤돌아 내가 걸은 길을 바라보았다.

 

 

 

▲ 정감 가득한 등산로

 

 

 

 

▲ 정상 가까이 갈수록 억새를 많이 만난다.

 

 

▲ 산죽 가득한 길.

몸을 사리며 겨우 지나는 사람들에 산죽은 반갑다며 스킨십?을 해댄다.

 

 

▲ 정상부를 공사하고 있다는데.....

 

 

▲ 아, 뒤쪽 주 능선도 차츰 구름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구름은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으니

언제 또 다시 숨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 정상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 에고~~ 또 다시 구름감옥을 만들어 나를 가두고 말았다.

 

 

▲ 공사에 필요한 것들이 군데군데 놓여있고

 

 

▲ 드디어 정상(1,438m)에 섰다.

성삼재에서 400m 정도를 올라왔지만

오르고 내리는 봉우리들을 타느라 힘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길도 이러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산길이 아닌가!

 

 

▲ 사방을 둘러봐도 구름~~ 멋지다.

 

 

▲ 이제 2km를 걸어 가면 오늘 일정은 끝!

하지만 산길 1km는 평지 3km와 같다하니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 복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숨겨버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서 있음이 福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복 받은 마음으로 이제 천천히 내려가야한다.

 

 

 

 

▲ 바위떡풀이 예쁘다.

 

 

▲ 투구꽃


▲ 남편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는데... 오리무중

 

 

 

 

▲ 꽃들이 잘 가라고 단체로 배웅해주네~~

 

 

▲ 아, 정령치 휴게소가 보인다.

내 차가 보이고, 구름들이 비켜가며 풍경을 제법 보여주고 있다.

아~~ 기분 참 좋다.

 

내가 걸으면서 만난 꽃들은 한데 모아서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