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경주의 노천박물관 남산을 오르다(2)

물소리~~^ 2017. 10. 24. 12:54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


왕릉을 지나 남산 깊이 들어가노라니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안내판을 읽으며 따라 걸었다.



1. 삼릉곡 제1사지 탑재와 불상

계곡에 흩어져 있던 것을 한 곳에 모아 둔 유물

오른쪽 첫 번째는 여래입상으로 허리 위와 발 좌대는 잃어버린 것이란다.

두 번째는 약합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상 이라하고

나머지 두 점은 각기 다른 탑의 탑재 조각이란다.

 

처음 만난 유물의 불명확함이 앞으로 만날 불상들에 더욱 호기심을 부추긴다.

 


2. 석조여래좌상

조금 오르다 처음만난 불상은 석조여래좌상이었다. 만나는 순간 그만 가슴이 먹먹해진다.

머리가 없고 손이 없이 앉아있는 모습에서 불쑥 어머니의 모습을 떠오르는 것이 왜일까.

그냥 뜻 모를 애잔함이 스쳐 지난다. 그래서일까.

안내문에는 불두와 수인이 파괴되었다고 했는데

나는 왠지 처음부터 이 모습으로 조각하였다고 믿고 싶었다.

옷의 주름까지 세세히 표현한 그 옛날 석공의 솜씨에 놀랍기만 하다.

계곡에 묻혀 있었던 것을 1964년에 발견하여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고 하는데

얼마만큼의 세월을 간직한 마음일까.

그 마음은 머리도 손도 필요 없는 고난의 마음이었을테지

 

차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마음을 안고 다음 불상을 찾아 나섰다.


 

3. 마애관음보살상


석조여래좌상에서 50m만 오르면 마애관음보살상을 만날 수 있다.

뾰족한 서너 개의 바위들이 서 있는 그 중 하나에 관세음보살입상이 새겨져 있다.

왼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은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머리 뒤의 바위를 광배처럼 한 것일까.

햇살 받은 뒷바위가 유난히 밝아 보이는 오묘함이 순간 스쳐 지난다.




불상 곁을 지키는 구절초도 차마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겸손하다



이정표는 하얀 글씨와 노란 글씨의 두 종류가 있는데 단순한 등산만을 하려 한다면 하얀 글씨안내를 따라가면 되지만,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들을 보고 싶다면 노란글씨안내를 따라 등산로에서 조금씩 벗어나야한다. 나는 노란 글씨 안내를 무조건 따라 나섰다.


다시 등산로와 합세한 뒤 조금 걸으니 다시 계곡을 넘어 선각육존불이 있다는 노란 표시판이 있다. 얼른 계곡을 건너 선각육존불로 향했다.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니 오르는 길이 힘들지 않다. 넓은 바위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 바위가 바로 육존불이 새겨진 바위였다.

 

 

4. 선각육존불


 

 

햇살을 받는 각도에 따라 명암을 달리한다고 한다.

정면으로 햇살을 받는 석양 무렵의 불상은 햇살에 선명히 드러난다는 육존불의 모습은

아침시간에는 역광이 되어 선명치 못하였지만 

설명문을 따라 부처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정말 바위 결 따라, 굴곡 따라, 틈 따라, 빚어낸 부처님의 모습을 이리도 섬세하게 표현했을까.

내 비록 깊은 의미를 읽어 낼 수는 없지만

윤곽을 따라 눈을 돌릴 수 있음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감동적이다

#.선각(線刻 : 선처럼 파서 새긴 그림이나 무늬)    #.여래: (부처의 또 다른 이름) 좌상


▲ 육존불의 설명문

 

 

육존불을 지나 다시 등산로로 합류하려는 나를 아들은 어느새 찍었다.

오늘 하루 아들 덕분에 내 모습이 참 많이 찍히는 행운을 받았구나!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서 무덤들을 간간히 만났다. 처음에는 이런 묘들도 신라 유적들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 무덤들에 푯말에 세워져 있기에 읽어보니 묘 이장 안내문이었다. 이장을 신청하면 지원해준다는 내용으로 실제 이곳 남산에는 약 2만 여기의 개인 무덤들이 산재해있어 국립공원공단 측에서는 애로사항이 많다고 한다. 이장 권유를 해도 극히 미미한 실적일 뿐이니 이장을 한 묘 자리에도 이장을 했다는 안내문으로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신라 천 년 동안 누렸던 길지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마음들일 것이다.

 

 

선각육존불을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등산로와 다시 합류가 되더니

또다시 노란 안내판을 만난다. 안내판 따라

조금 급한 경사길을 따라 오르니 문득 눈앞에 화려한 불상이 나타난다.

숲속 노천의 불상답지 않은 화려함이었다.

 

5. 석조여래좌상

 

이 불상은 바위 속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화려함이어서인지 내 눈에는 어쩐지 조금 어색하다 싶었는데 아, 부서진 광배를 복원했단다.

또한 불두와 몸통의 어색함이 내 눈에 띄었지만 이는 내 안목의 부족함일 것이다. 

아무튼 화려한 연꽃 안상에 앉아 계시니 이곳 삼릉골에서 가장 화려한? 높으신 부처님이신가?

 

 

▲ 거대한 바위와 부처님과의 어떠한 연관이 있는 듯싶은 어울림을 상상해 보았다.

 

 

▲ 바위굴을 막아 놓았다.

이런 곳을 방치하면 무속인들 차지가 되기 알맞은 곳이기에 그럴 것이라고 짐작해 보았다. 

 

 

6. 선각마애불

가까이 바라 볼 수 없는 바위에 선으로 새긴  불상~

내 눈으로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 아래 설명문으로 대신해야겠다.

 

 

▲ 계곡 곳곳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부처들이 서 있었다.

 

▲ 쉼터에서 울 아들이 셀카놀이를 하였다. ▼

 

 

▲ 나무 사이로 상선암이 보인다.

 

▲ 상선암은 옛 절터에 90여 년 전에 세워진 사찰이라고 한다.

 

절 뒤쪽 부서진 바위에 하반신만 선각으로 남아 있다는 안내문인데

이 또한 나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하반신만으로 추정하여 6m에 달하는 큰 불상이라는데...

7. 상선암 마애선각보살상



자그마한 암자 상선암의 마루에 앉아 한참을 쉬면서 풍경을 돌아보았다. 높은 산에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다하는데 이곳은 아직 약간씩 노릇노릇하니 설익은 나무들의 단풍이다. 저들도 우리처럼 아직은 청춘이다! 라고 활짝 웃고 있을까. ‘그래 청춘이다라고 답해주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상선암을 뒤로하고 조금 오르니 출입통제푯말이 보인다. , 이곳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불상이라는 마애석가여래좌상이 자연 암반의 벽면에 양각된 불상이 있다는데 받침석의 낙석위험이 있어 당분간 출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오르는 길에 먼 그림으로 바라볼 수 있다하니 기대를 가지고 내처 걸었다.


 

 

통제구간을 살짝 들여다 보니 쑥부쟁이가 외롭게 피어 있다.

쑥부쟁이의 친구는 오직 햇살~~꽃도 부처가 되고 싶었을까.

바위에 딱 기대어 각기 다른 빛으로 뽐내고 있으나 왠지 쓸쓸해 보인다.


 

 

바둑바위에 올랐다.

~~ 탁 트인 시원한 전경이 정말 좋다.

저 아래 형산강이 흐르고 서라벌 벌판이 참으로 평화롭다.


 

바위산 꼭대기에 금송전터라고 전해오는 건물터가 있고 그 옆 바위 벌판에는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다고 하여 바둑바위란다. 신라 때 옥보고가 거문고를 켜던 곳에서 나는 사과 한 쪽을 먹으면서 한참을 앉아 서라벌의 향기를 마음껏 들여 마셨다.


바둑바위부터 금오산 정상까지는 900m의 짧은 길이면서 아주 순한 길이었다. 그 순한 길에 바람이 만만치 않게 불어온다. 아마도 멀리서 활동하고 있는 태풍 란의 영향인가 보다. 아직 덜 익은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나그네 마음을 애상스럽게 하며 동행을 한다. 나는 할 수 없이 넥워머로 바람을 막으며 걸어야했다.


 

 

바둑바위를 지나 정상을 향한 길목에서 참으로 멋진 바위 하나를 만났다. 풍경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노라니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 하나! 꼭 부처님의 광배 같다는 생각이 드니 순간 나도 부처가 되어 보고 싶었다. 저 바위를 광배석 삼아 나를 새겨보고 싶어 아들을 불러 한 컷 찍게 하였다. 무어라 이름을 지을까금와보살상으로 할까. (^+^).  신라의 불상님들이 나를 끼워 줄는지 모르겠다.



8.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


! 보인다.

내가 부처가 되어 조금 더 오르니

오른쪽 깊은 골 의 커다란 암벽의 부처님이 보이지 않는가!!

부처님이 부처가 된 나를 불러주셨나 보다.^^

아까 출입통제를 해 놓은 불상의 모습이었다.

정면으로 햇살 가득히 받고 있는 불상의 모습에 절로 경건해 지는 마음이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신비롭다. 

 

 

넘 멀어 모습이 잘 안 보일까 싶어 폰으로도 찍고, 카메라로 찍으면서

자꾸만 바라보고 있는데

웬일일까~~ 내 눈에는 자꾸만 우아한 여인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곳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좌상 불상이라는데

가까이 바라보지 못하니 좌상이 아닌 입상처럼 보인다.

 

 

▲ 큰 부처님을 친견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바위들의 기묘함이 자꾸만 불상으로 보이나니~ 


 

 

 

 

나지막한 정상은 의외로 전망이 없이 막혀 있었다잦은 갈래 길의 안내판이 무거워 보인다.

나는 이제 이곳에서 되돌아가야한다. 바둑바위까지 다시 돌아가서

그곳에서 삼불사 방향으로 내려갈 것이다.

삼불사의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을 만나보기 위해서다.


 

    ▲ 기럭지가 긴 울 아들이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즐거워한다.

 

 


 


▲ 삼불사 방향으로


삼불사 방향으로의 길은 아기자기한 길 이었다.

달리 유적이나 유물이 없는 길이어서 다소 심심할 수 있겠지만

바위와 나무들의 오밀조밀함이 마음을 유순하게 다스려주는 길이었다.


 

▲ 골이 깊게 파인 한 바위 사이에 앉아 보았다.



9.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

 

삼불사 옆의 세 석불은 이 주변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23년에 지금의 자리에 모아서 세운 것이라고 한다. 가운데 본존불과 좌우의 보살상이 제법 우람하면서도 표현의 세밀함이 감동이다. 어쩌면 뒤태까지도 그리 세밀하게 새겼을까. 역광이라서 많이 아쉬었다.


▲ 삼존불 뒤태

 




본존의 수인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온다.

위를 향해 펼치고 있는 오른손은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약속의 의미이고

아래를 행해 펼치고 있는 왼손은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겠다는 약속의 의미라고 한다.

세 석불은 7세기에 조성된 신라불상이라고 하니

14세기(1,400)동안 내려온 존엄한 우리의 불상이다.




▼ 삼불사





  

 

남산 오르는 시작을 이 길로 올랐다면 삼불사 입구인 이 문을 먼저 거쳤겠지만

이쪽 방향으로 내려왔기에 가장 나중에 만난 삼불사 초입

마음을 씻고 속세의 연을 끊고 들어오는 문이란다.

나는 이미 삼릉을 걸으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씻었고 이제 다시 속세로 들어가야 한다.



삼불사주차장에서 언양으로 30여 분을 달려가서

언양불고기로 늦은 점심을 먹고 아들과 헤어졌다.

신라 천년의 속으로 들어가 신라인의 마음을 엿보고, 숨결을 느껴 본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일몰을 맞이했다.

찬란했던 신라 천년이 스러졌듯

오늘 나의 하루도 스러져 갔다.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