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한가해진 틈을 타고 몸의 나른함이 파고든다.
나른함에 자꾸 지면 안 되는데…
하소백련지(蝦沼白蓮地)에나 다녀오자며 일어섰다.
하소백련지는 어느 연꽃단지처럼 잘 가꾸어 놓은 곳이 아닌
청운사에서 관리하는 연못으로 다랭이 논과 같이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으며
연못 사이마다 둑길이 있어 연꽃을 가까이 보기 좋은, 참 소박한 백련지다.
해마다 연꽃이 피는 철이면 축제와 함께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곤 하기에
축제기간을 피해 10 여 년 전부터 매년 찾아가는 곳!
해마다 만나는 청백색의 꽃이지만
만날 때마다 그들의 고고한 자태를 만나노라면 숨이 멎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백련지가 자꾸 초라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어쩌면 꽃이 거의 졌을 거란 예상을 하지만
그래도 한 두 송이의 하얀 자태를 만나고 이 계절을 지나야 할 것 같았다.
40여분을 달려 백련지에 도착하니 아닌 게 아니라 꽃은 거의 졌고
쨍쨍 내려쬐는 햇살아래 무성한 연잎들이 연밥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문득 연잎 하나 꺾어들고 양산처럼 받고 싶다는 생각이었으나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우산을 양산으로 받쳐 들고 둑 사이를 걸었다.
우렁이들이 연 줄기에 알을 슬어 놓았으니
에구~~ 조금 소름이 돋았으나
이곳 우렁이들은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친환경적 우렁이겠다.
축제 끝난 자리는 썰렁했다.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진지 오랜 듯
연을 재료로 한 소품, 먹거리 등을 판매하던 몇 몇 상점들도
‘오늘 장사 쉬어유’ 하는 팻말을 내 걸어 놓고 문을 닫았다.
때 늦은 연꽃들이 제 자태를 마음껏 뽐내며 나를 바라본다.
꽃 지면 열매를 맺는 당연한 순리를 보여주는 그들의 자태를 쫓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몇 컷을 사진기에 담으며 유유자적 둑을 따라 걸어본다.
참으로 맑고 높은 하늘아래 배롱나무는
이제는 자기 차례라며 레이스처럼 오글거리는 꽃을 환히 피우며 제 멋을 뽐낸다.
오늘 용케도 백련을 만나 몸의 나른함을 이겨냈다는 생각 하나 챙겨들고
주차장으로 오니 차 안의 열기가 가히 살인적이다.
이 더위를 의연한 자태로 흔들림 없이 견뎌내는 연꽃들에 괜한 하소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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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렁 알
♣ 하소백련지의 풍경 ♣
▲ 흰배롱나무
▲ 배롱나무
▲ 붉은인동
▲ 백련지 가는길을 안내하는 기생초
▲ 벼들이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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