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운을 껴안고 있는 한 줌의 햇살이
초저녁 어스름에 조금씩 밀리는 호수의 풍경이 평온하다.
키 큰 부들은 잘 익은 핫도그를 산책객들에게 하나씩 안겨주며 인사하는데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연꽃 사이를
오리 가족 한 무리가 홀연히 빠져 나가니 연들이 수런대기 시작한다.
내 눈길도 바삐 그들을 따라가노라니
문득 한 마리 물고기 자맥질하는 소리를 쩔렁 울리며
수면위에 원을 그리며 흔적을 남긴다.
저 오리들은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집으로? 아니면 나처럼 초저녁 산책을 하는 것일까?
한 시간쯤 흘렀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호수 위 나무 테크를 걷는데
아까 보았던 오리가족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아니? 분명 8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어디서 왔을까? 손님일까?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내가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그들이 참 예쁘다.
어둑하게 물든 햇살이 괴어 있는 낮은 산등성에서
짙은 여름의 향기가 가득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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