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작은 창을 통해

물소리~~^ 2017. 4. 25. 12:54







우리 주방의 작은 창을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

주방 일 하는 중간 중간

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곤 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창을 자주 분리해 닦아내곤 했는데

요즈음에는 자주하질 못했다.

높은 층에서 창을 떼어내는 일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기에

큰 결심을 해야 하지만 이제는 팔의 힘이 없으니 무서워 도저히 하질 못하고

뿌옇게 먼지 낀 유리창 밖을 내다보곤 했는데

주말에 내려온 아들의 힘을 빌려 닦고 나니 얼마나 좋은지!! 



온 봄이 창을 밀고 나한테 달려드는 것만 같다.

창을 통해 보이는 우리 뒷산의 풍경은 일품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벌거숭이 산이었는데

이제는 연초록 잎이 무성히 자라면서 산을 꽉 채워주니 정말 좋다.

그에 나무들은 서로 질세라 더 고운, 다른 빛으로 제 몸을 치장하고 나서니

우리 뒷산은 그야말로 저들 스스로 봄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 울 아파트 모과나무



작은 창으로 빼꼼히 내다보는 나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며 부르니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햇살 좋은 일요일 한낮 기어이 뒷산의 부름에 호응하고 나섰다.

참 좋다.

산을 오르기 위해 빙 돌아가는 아파트 길옆 화단의 모과나무가

예쁜 꽃을 숨기듯 피우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수피도 제법 물이 돌면서 꽃이 지면 벗겨낼 준비를 하고 있다.

어찌 이리도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참으로 예쁜 꽃인데도 열매만 생각하고 못생겼음을 우선하는 마음은 

시기 질투하는 마음일 뿐이니 이제는 모과나무를 꽃과 향기로 바라볼 일이다.

  


햇살을 듬뿍 받으며

숲에서 자라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발맘발맘 걷는데

한 가족이 일렬로 서서 산길을 걷고 있다.

참 예쁘다. 맨 뒤에서 걸어가는 아빠는

행여 아이들이 넘어지기라도 할까,

해찰하다 산길을 벗어나기라도 할까를 세심히 살펴보며 걷고 있으니

이 가족들도 봄의 초대를 받았음에 틀림없다.  참 정겨운 모습이다.



▲ 애기사과도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조팝나무가 나를 환영해주고 있다.

 


이제는 흰색 꽃들이 천지다

이른 봄의 노랑꽃을 피우는 지혜가 있었다면

흰꽃 역시 생존의 법칙을 깨우치며 피어나고 있다.

초록 잎에는 흰색이라야만 벌 나비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다른 길을 택해 돌아오는 길,

따듯한 양지에서 단체체조를 하고 있는 민들레들도 만났다.

이제 한창인 젊은 민들레는 그늘 속에서 땀을 훔치는데

호호백발이 된 민들레는 양지쪽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작디나 작은 꽃마리 꽃들도

선명한 제 빛을 보이며 담 밑에 모여 놀고 있다.

  


주차장의 차들도 봄의 정취를 나 몰라라 하지 않았다.

뒷 유리에 파란 봄 하늘을 담아 거울을 만들어

높은 아파트 모습을 기하학적으로 그려내는가 하면

이제는 추레해진 모습으로 떨어지는 목련 꽃잎을 받아

사라진 우아한 기품을 살려주고 있으니

자동차 뒷거울은 참된 빛이 되어 희망을 안겨주고 있었다.


작은 창이 초대한 어느 봄 날 어느 한낮,

무리지어 피어나면서도 서로를 밀치지 않는 꽃과 잎~

때 되면 아낌없이 떨어지며 남은 것들에 자리를 양보하는 마음~~

말없이 보여주는 이치에 마음껏 취해 본 봄날!

이제는 곧 떠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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