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길의 어스름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 지나니
이제 낮의 길이가 하루 1분씩 길어지고 있단다.
봄이 오기도 전에 봄을 기다리는
우리의 성마름을 모른 척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계절의 시간
짧고도 짧은 1분은 마음껏 기지개 키며 제 키를 늘렸을까
시간의 걸음걸이로 쌓인 1분들은 어느새
같은 시간의 산책길을 얇은 어스름의 색으로 바꿔놓았다.
유난히 밝아 보이는 나트륨 가로등은
너무 일찍 나왔는가 보다고 서성이는 낯선 애처로움으로
그윽한 풍경을 다스리며 나를 이끈다.
어둠을 밝음으로 바꾸어 주는 1분의 길이,
서서히 제 몸 밝히는 시간을 늦춰가야 하는 가로등,
모두 봄날이 주는 마음 벅찬 선물이었다.
깊은 심연에 갇혀있던 아픔들이
밝음을 만난 마음도 가로등처럼 낯설음으로 서성일까
이제 밝은 봄 햇살에 아픈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내 작은 마음을 보듬은 느린 걸음 뒤로
하나씩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일말의 안도감이
봄빛처럼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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