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 텃밭일까. 봄동이 대를 올리고 꽃망울을 맺고 있다.
주인은 먹을 만큼 먹고 이제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지
그 틈에 봄동은 키를 키우며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야들야들하니 맛나 보인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주변에 쑥이 자라고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옳거니~ 봄동이야 밭주인의 것이겠지만
아무데서 무성히 자라는 쑥인들 주인이 있을까 싶어
조심조심 한 움큼을 캤다. 참 보드랍다.
저녁에 캐온 한 움큼의 쑥을 씻어 튀김을 했다.
딱 한 접시가 나온다. 남편은 맛있겠다며 얼른 튀김부터 집어 든다.
정말 아삭하니 향기롭기까지 하다.
다른 반찬이나 밥을 먹기도 전에
후다닥 접시를 비우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주말에 아이들 오면 쑥 튀김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쑥을 보면 쑥대머리가 떠오른다.
쑥대머리는
머리털이 마구 흐트러져서 몹시 산란한 머리라는 뜻으로
쑥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거친 땅을 ‘쑥대밭’이라 하는데
마구 헝크러진 머리를 이에 빗대어 하는 말이다.
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이 감옥에서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옥중가(獄中歌)도 ‘쑥대머리’다.
쑥의 속명(屬名)은 아르테미시아(Artemisia)인데,
이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12신 중 한 명인 주피터의 딸인
아르테미스(Artemis)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여신은 여성의 출산을 돕고 어린아이를 돌보는 여신이다.
우리 단군신화에도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웅녀로 탄생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스신화나 단군신화에는 쑥과 여성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지니고 있다.
그런 연유인지 쑥은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쑥은 참으로 좋은 여러 효능을 지니고 있다.
7년 묵은 병을 쑥으로 치료 했으며,
쑥 향은 사탄을 물리친다고 하여 성스러운 장소에서 쑥 향을 피운다고도 한다.
또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제로도 아주 효능이 크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쑥도 때를 잘 가려 사용해야 한단다.
3월 쑥은 병 치료에 쓰이고
4월 쑥은 땔감으로 사용한다는 말처럼
쑥은 춘분이 지난 삼월 삼짇날부터
단오까지 자라는 쑥의 맛이 제일 좋은데
올해는 3월 30일 부터 5월 30일까지의 쑥이 가장 좋은 시절이다.
쑥대는 쑥의 줄기로
쑥쑥 자라 거친 모습의 쑥은 땔감으로 사용한다며 그 가치를 폄하하지만
땔감도 충분한 이로움이 아닐까.
어쩌면 쑥은 지천에서 아무렇게 자라면서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이니 흔하다고 무시하지 말 것이며
무어든 주어진 때를 놓치지 말라고
은근 슬쩍 애교를 부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자로 쑥을 艾草라 표기한다.
애(艾)는 ‘다스린다. 거둔다’ 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쑥이 지닌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이 아닌가!
쑥 튀김 한 접시에 쑥 예찬이 늘어지니 아부성이 짙다.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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