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나무의 멀고 가까움
▲ 청미래덩굴의 멀고 가까움
성탄절!
한 사람의 성스러움을 기리는 날로 기억되는 날~
종교와 조금 무관한 사람들도 이 날 만큼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니
그냥 보내면 조금은, 아니 많이 쓸쓸한 날이기도 하다.
주말을 맞이해서인지 아니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여유로움인지
아이들이 집에 오니 엄마인 나는 괜히 부산하다.
전날 저녁을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하고
마음대로 시간을 즐기라고 풀어주니? 온밤을 지새우며 놀았는지
일요일 새벽에서야 들어와 잠을 잔다.
동지죽도 못 먹고 그냥 보냈을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팥죽을 끓여 주고 싶었다.
지난 밤 새 팥을 삶아 앙금을 내리고
찹쌀을 불려 갈아 새알심을 만들어 준비한 재료로 팥죽을 끓였다.
비주얼은 제법 그럴싸했는데 끝 맛이 조금 씁쓰레하다 웬일이지?
아, 팥에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 때문이란다.
충분히 불려 아린 맛을 없애준다고 했는데
시간적으로 조금 부족해서인지 다 우려내지 못했나보다. 그래도 맛있다.
아이들이 다시 떠난 오후에 나는 뒷산을 올랐다.
날이 정말 좋았다.
빈산에 햇살이 속속들이 파고드니 충만함이 가득한 겨울 산이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빨간 저 열매들은
문득 이 산을 지켜내고 있는 새알심이 아닐까 생각하다 피식 웃고 말았다.
내 관심의 농도가 참 유치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하며 즐거워한다.
고욤나무가 그러하고 탱탱함을 잃지 않는 청미래덩굴의 열매가 그러하다.
발맘발맘 오솔길을 걷다 서다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멀게 또 가깝게 바라보노라니
문득 그들 역시 지금 성탄의 즐거움을 느끼며 선물을 주고받는 듯싶었다.
산 속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는
새나 짐승들은 우리처럼 살아갈 양식을 걱정할까?
그들은 결코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자연이 내려주는 탐스런 선물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의지하며 나누어 먹어도 부족하지 않고
가져가도 다 함이 없는 곳간이 바로 숲 속인 것이다.
이 산은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이며, 일 년 내내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있다.
늘 무언가가 부족해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사람들만이 아닐까.
오늘에 충실하며 묵묵히 올곧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곧은길에 내려지는 축복이 있을 것이다.
부족하다해서 부끄럽거나 불편하다 여기면
비뚤어진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의와 타협하는 잘못을 선택한다는 것을
요즈음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다.
멀리 바라보면 그림 같은 풍경이 될 수 있음으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가까이 바라보면 취하고 싶은 탐스러운 열매 앞에서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길은 사람의 길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 팥죽(늦은 동지죽)을 준비하며
▲ 아들한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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