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빠름에 편승하면?

물소리~~^ 2017. 1. 4. 14:14






아침이면 늘 부산하다.

아픔 후로 많은 시간적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시간 맞추기에 늘 서두르니

주어진 만큼 게을러지는 내 행보가 몹시 못마땅하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서둘러 나섰는데 사무실 거의 당도한 지점에서

아차!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것을 발견했다.

출근시간이 촉박하니 설마 하루쯤 폰이 없다고 별 대수일까 하는 마음으로

가는 길 진행하는데

혹시 우리 아이들한테 무슨 연락이라도 오면?

울 어머니 전화를 안 받으면 만 가지 걱정을 하시는데 괜찮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이 겹쳐온다.


종일 불안함 보다는

일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이 낫지 싶어 유턴지점에서 차를 돌렸다.

이제는 내 마음이 더 바빠진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내 지나는 모든 신호등이 마치 날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모두 파란불을 켜주면서 나를 통과시켜주고 있었다.

7곳의 신호등이었다. 정말 거짓말 같았다.


기분이 좋았다.

올 한해 나의 모든 일들이 이렇게 척척 진행이 될까? 하는 기대감으로 신이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여차하여 신호를 놓치면 3분 정도를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핸드폰을 챙겨 나오니

이제는 시간에 늦지 않을 것 같은 안심이 들어 여유롭게 운전대를 잡았다.

평소와 같이 주위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 그러고 보니 바쁜 마음으로 질주할 적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음에

깜짝 놀라는 마음이 들었다.

늘 오가며 다니는 길의 풍경들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에움길 한 귀퉁이 폐가 지붕위에서

멋들어진 자태로 빨간 열매를 자랑하고 있는 노박덩굴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공터에 맨사댕이로 하얗게 핀 꽃을 솜처럼 부풀리며

따스함을 전해주는 억새들의 가냘픈 몸을 안쓰럽게 바라보지 못했다.


늘 같은 시간대에 운동을 하시는지

한쪽 몸이 불편하신 분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천천히 걷는 모습을 지나쳐 버린 것 같았다.


길 가 미용실의 싸인 볼이 돌아갈 때면

, 지금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구나하던 생각도 못했다.


우체국 앞에서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의 부지런함도 지나쳐 버렸다.


! 그렇구나! 빠른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구나.

여유로운 마음이 될 때 챙겨볼 수 있는

주위의 따스함 들을 놓쳐 버릴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잠시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늘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날들이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늘 새롭다.

새로 시작한다는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새롭게 시작하는 특별한 시간들~

그러니 늘 만나는 풍경도 사람들도 늘 새롭게 보이는 마음이 인생이 아닐까.

해돋이, 해넘이를 챙기는 마음은 출발도 끝남도 새롭기 때문일 것이니

일생을 살아가면서 두루두루 살펴보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야 함이 중요한 것임을

오늘 신호등들을 질주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 마음의 안위보다 주위를 돌아보며

그들(그것들)이 전해주는 소리 없는 메시지들을 챙기는 마음을

소홀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다짐을 해 본다.




▲ 폐가와 노박덩굴

썰렁한 계절에 폐가를 배경으로 멋진 자태의 열매가 꽃보다 더 반가웠다.

폐가의 가치를 새롭게 높여주는 노박덩굴~

여기서도 새로움이 존재한다



▲ 내가 지나는 길가 미용실의 싸인 볼

늘 같은 자세로 돌고 있지만 내 눈에 보이는 매일의 그림?은 늘 새로움이다.




▲ 맨사댕이 억새

보나마나 들으나마나 새로운 마음 없이 이토록 꿋꿋할 수 없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