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첫눈이 왔어요.

물소리~~^ 2016. 12. 15. 11:19








잔뜩 가라앉은 날씨를 엿보느라

출근준비로 부산을 떨며 문득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 첫눈이 내리고 있다.

어쩜 이리도 소리 없이 살그머니 찾아올까.


하던 일들을 멈추고 창에 바짝 붙어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그냥 그렇게 안온함이 스며온다

 

 


온 몸으로 겨울을 맞고 있는 산의 나무들의 모습이 멋지다.

첫눈을 구경하고파

출근길 애먼 길을 이리저리 차를 몰고 나서니

내 시간마저 눈 맞이하며 나를 느긋하게 해준다.

바람이 없으니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들이

참으로 얌전하다.






▲ 잘 자란 강아지풀들은

부푼 제 털 위에 솜이불을 푹 쓰고 재롱을 피운다.



아마도 가막살이 일 것이다

미처 잎을 다 떨구지 못했음을 오히려 즐겨할까?

눈송이를 마치 꽃인 냥 피워 올리고 있다.




이름도 예쁜 멀구슬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도

흰 눈을 소담스럽게 받아 쥐고 있다

그동안 쌓인 먼지를 씻어내기라도 하는 듯.....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온 몸으로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올 해를 멋지게 마무리 하고 있는데

나는 저들이 전하는 귀한 뜻을 읽지 못함에

그냥 마음 한 구석이 싸해진다


차 오디오에서는

올드 팝 CD의 노래를 들려주며 나를 먼 그리운 시절로 이끌고 있으니

첫 눈 내리는 날의 마음이 참 아련하다

지난 시간 모든 것에 충실했는지 묻고 싶다.


1시간 반 동안 내리던 눈이 어느새 그쳐가고 있다.

순간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이 이처럼 스르르 녹아내리고 만다는

하나의 이치만을 간신히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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