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가라앉은 날씨를 엿보느라
출근준비로 부산을 떨며 문득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아! 첫눈이 내리고 있다.
어쩜 이리도 소리 없이 살그머니 찾아올까.
하던 일들을 멈추고 창에 바짝 붙어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그냥 그렇게 안온함이 스며온다.
온 몸으로 겨울을 맞고 있는 산의 나무들의 모습이 멋지다.
첫눈을 구경하고파
출근길 애먼 길을 이리저리 차를 몰고 나서니
내 시간마저 눈 맞이하며 나를 느긋하게 해준다.
바람이 없으니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들이
참으로 얌전하다.
▲ 잘 자란 강아지풀들은
부푼 제 털 위에 솜이불을 푹 쓰고 재롱을 피운다.
▲ 아마도 가막살이 일 것이다
미처 잎을 다 떨구지 못했음을 오히려 즐겨할까?
눈송이를 마치 꽃인 냥 피워 올리고 있다.
▲ 이름도 예쁜 멀구슬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도
흰 눈을 소담스럽게 받아 쥐고 있다
그동안 쌓인 먼지를 씻어내기라도 하는 듯.....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온 몸으로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올 해를 멋지게 마무리 하고 있는데
나는 저들이 전하는 귀한 뜻을 읽지 못함에
그냥 마음 한 구석이 싸해진다
차 오디오에서는
올드 팝 CD의 노래를 들려주며 나를 먼 그리운 시절로 이끌고 있으니
첫 눈 내리는 날의 마음이 참 아련하다
지난 시간 모든 것에 충실했는지 묻고 싶다.
1시간 반 동안 내리던 눈이 어느새 그쳐가고 있다.
순간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이 이처럼 스르르 녹아내리고 만다는
하나의 이치만을 간신히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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