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에서 내려오니 낮 12시 30분이 채 못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인 선물로 많은 여유시간이 주어진 것 같다.
다시 만항재에 올라 간단히 메밀부침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다음 행선지를 궁리하다
이왕 태백에 왔으니 태백의 유명한 곳을 찾아가보자고 했다.
언뜻 생각난 것이 검룡소, 한강발원지였다.
태백산을 두 번 오르면서도 늘 마음만 지니고 있었기에 쉽게 떠오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낙동강발원지도 있는 곳이 아니던가!!
하여 내비에 부탁해 우선 가까운 곳, 황지연못을 찾아갔다.
낙동강 발원지라 하여
산 속 깊은 곳에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태백시 중심에 있었다.
황지연못을 주심으로 황지공원을 조성해 놓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한쪽에서는 무슨 청소년노래자랑이 있는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황지연못은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지 등의 옛 문헌에 낙동강의 근원지라 밝히고 있다.
▼ 상지
▼ 중지
제법 큰 연못 3개, 상지 중지 하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이 참 맑고 깨끗하였다.
이곳의 물은 태백시를 둘러싼 태백산, 함백산, 백병산, 매봉산 줄기를 타고
땅속으로 스민 물이 상지 아래 수굴을 통해
지금도 하루에 5,000여 톤의 물이 솟고 있다한다.
수굴도, 샘이 솟는 장면도 볼 수 없는데도
끊임없이 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도시 속 연못이어서 시원지라는 느낌이 덜했지만
원래는 지금의 두 배 크기였고 (지금의 연못들은 둘레 100m)
이곳의 물은 영하 30도에서도 얼지 않으며
아무리 큰 가뭄이나 홍수에도 수량이 변하지 않는다 한다.
▲ 상지와 중지를 지나는 다리
▲ 물은 쉼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 하지
이곳 황지 연못에는 전설이 있다 하니
옛날 황지연못 자리한 곳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부자 황씨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탁발노승이 찾아왔다고 한다.
황씨노인은 줄 것이 없다는데도 가지 않고 서 있는 스님의 바랑에
소똥을 한 바가지 퍼 넣어주었다고 한다.
그것을 본 황씨노인의 며느리가 얼른 달려가
시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소똥이 든 바랑을 털어내고
쌀을 한 바가지 시주하였다고 한다.
이에 노승은 이집은 운이 다하여 큰 변고가 있을 것이니
살고 싶거든 조용히 나를 따라나서라고 일렀고
그 며느리는 아이를 등에 업은 채 그 뒤를 따랐는데
노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노승의 뒤를 따라 도계의 구사리 산등성에 당도하였을 때에
요란한 뇌성벽력과 함께 그 황씨 부자의 집터는 무너져 연못이 되어 버렸고
놀라서 그만 뒤를 돌아보고만 그 며느리는 아이를 업은 채 그 자리에 돌이 되어 버렸다는 ..
이 때 황부자 집은 땅 밑으로 꺼져 내려가 큰 연못이 되어버렸고
황부자는 큰이무기가 되어 연못 속에 살게 되었다.
집터는 세 개의 연못으로 변했는데
큰 연못이 집터, 중지가 방앗간터, 하지가 화장실 자리라 한다.
물줄기 하나에도 권선징악의 교훈을 상기시켜주고 있는 그 어떤 신비함이 있어
꼭 찾아보고픈 장소였기에 아무런 자취도 없이 그냥 지나기가 아쉬었다
하여 어설픈 글로 훗날의 볼거리로 남겨두고픈 마음이다.
이제 다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를 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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