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짬'으로 만난 그리운 것들

물소리~~^ 2016. 10. 2. 11:20

 

 

 

 

 

 

 

어느 장소와 그곳을 지나는 사람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장소는 사람을 붙잡고 사람은 장소를 점유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과 연륜을 지닌 길들을 다니면서

그들의 정겨움과 새로움을 만나다보면

내가 나이 먹어가며 허물어져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덜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서는 일에는, 굳이 여행이라는 거창함 보다는 소박한 나들이에도

종착지가 있고 어느 시점에서는 돌아야 하는 반환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중간에 뜻밖으로 만나는 짬의 특별함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용연동굴 앞에 잘못 안내되어 돌아 나오는 길에 우리는 그렇게 을 만났다.

도로위에서 신호대기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한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추전역 120m' 라는 것이다. 그래?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역이 아니던가?

얼른 방향을 선회하였다. 가는 길에 120m 쯤 돌아간다 한들 어쩌랴 싶었다.

갑자기 바뀐 진로에 내비도 당황했는지 경로를 벗어났다며 혼자 애달아한다.

 

허름한 산길 골목을 조금 들어가 왼쪽 급경사를 만났는데

그곳으로 가라는 화살표표시가 있어 차고 오르니 추전역이 있었다.

태백이라는 높은 곳에서 올라서인지 그리 높지 않다는 느낌으로 만난 추전역!

 

이제는 간이역이 되어 더욱 사람들의 그리움을 자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원히 만나지 않는 평행선으로 길게 휘어지며

꽁무니를 보이지 않는 철로를 바라보노라니 괜한 어설픈 감성이 맴돈다.

어쩌면 이곳은 산만, 하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세속으로 나가고파 발을 서성이며 머무는 그런 곳일까.

그럼에도 차마 떠나지 못하는 그런 망설임이 가득 고여 있는 곳이지 싶었다.

 

이제 관광화가 되어 아담하게 잘 가꾸어진 역사 저 멀리 까마득한

매봉산의 풍력발전기들이 더욱 풍경을 덧칠해 주고 있으니

가히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그 마음만으로도 그리 외롭지 않겠다.

 

 

 

 

 

 

 

 

 

 

 

 

 

 

 

 

 

 

▲ 추전역에서 보이는 매봉산의 바람의 언덕

 

 

 

검룡소에서 들뜬 마음 한가득 안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삼수령(피재)에서 우린 또 한 번의 짬을 만들었다.

오른쪽으로 가파른 길을 따라가면 매봉산의 풍력발전단지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늦지 않을까 조금 염려했지만 우리는 거침없이 차고 올랐다.

길 오르는 중간중간의 자작나무숲의 이채로움이 내 눈을 환호케 하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느 쯤 올라 한 공간을 만나니 나이 드신 주차요원이 우리의 오름을 제지한다.

지금 고랭지배추 출하기간으로 중장비들이 많이 투입 되어있는 상태로

차들의 교행이 어렵기에

930일 까지 한시적으로 일반차량의 진입을 이곳까지만 허용하고 있다며

친절한 어투로 우리의 양해를 구한다.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어올라 전망대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길의 경사가 상당하니 걷기에 조금 힘이 든다.

 

하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풍력발전기의 웅장한 위용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큰 발전기를 세웠을까?

기술도 노력도 참으로 대단했을 거란 생각에 머무니

우리나라 진짜 대단한 나라라는 확신이 든다. 참 멋있다.

저 끝 바람의 언덕까지는 갈 수 없었지만

어쩌면 알맞게 주어진 내 시간만큼 보는 것을 허락해준 같기도 하니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고개를 젖히고, 젖히고 바라보며 다시 내려오는 길,

내리막길에 주어진 힘으로 다녀온 다음날 허벅지 근육이 아팠지만

아프지 않고 어찌 이 좋음을 만날 수 있으리요!!

 

미완의 만남으로 그리움 한 조각을 남기고 돌아서니

태백이라는 장소와 나라는 사람은 아직 밀당의 여지가 있나보다. 다행이다.

무언가 바램이 남겨져 있으니

한참을 달려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자동차의 빨간 후미등의 현란함이 해가 저물었음을 알려준다.

안도감이 밀려온다.

 

 

 

 

 

 

 

 

▲ 고냉지 배추밭

이 또한 풍경으로 ....

 

 

 

 

▼경사진 길을 내려오는 힘듦을 잊게 해 준 꽃들~~

 

 

▲ 각시취와 구절초

 

 

▲ 쇠서나물

 

 

▲ 청초한

쑥, 쑥, 쑥부쟁이

 

▲ 고개를 젖히고~~

 

 

▲ 다시 한 번!!

 

 

▲ 집으로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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