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잡힌 강원도 여행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 함백산을 남편과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의 계획은
정선의 정암사 ⇒ 만항재 ⇒ 함백산을 오른 후,
다시 만항으로 내려와 시간에 따라 다음 답사지를 정하기로 했다.
야생화로 유명하여 늘 그리워하던 만항재에서 약 250여m만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다는 함백산의 정상 1.573m에 오를 수 있기에
지금의 나의 체력으로는 퍽이나 안성맞춤인 것이다.
더구나 만항재에 갈 수 있다니!!
지금 꽃들은 거의 졌겠지만 그들의 남긴 흔적들과 열매들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렌다.
성한 몸으로는 그리 가기도 어려운 곳이었는데
성치 못한 몸으로 쉽게 떠날 마음을 챙기니 참 아이러니하다.
요즈음 내 몸 컨디션은 좋다.
13층 아파트 계단을 따라 올라도 숨이 별로 차지 않으니 하루 일정은 괜찮을 것이다.
새벽 4시 10분에 출발하였다.
고속도로는 온통 터널이 되어 버린 듯 사위를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그 시간 열심히 달리는 화물트럭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무언가를 필요한 곳으로 옮기기 위한 저들의 수고로움이 있기에
오늘 내가 편히 살고 있는 것일 테니까.
충북을 지나는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해가 떠올랐다.
오늘의 맑음을 예견해주듯 아침 안개를 뚫고 떠오르는 해가 반갑다.
▲ 천등산 휴게소
우리가 달리는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천등산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었다.
어느 곳보다도 작은 규모의 휴게소에는
작업복차림의 나이 드신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으니 앉을 자리가 없었다.
어디론가 일을 하러 가시는 분들일까?
한 자리에 앉아 그분들의 수더분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아침을 간단하게 우동을 먹었다.
원래 국수는 나그네 음식이 아니던가?
휴게소에 들리는 때에는 그냥 그렇게 우동이 먹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강원도에 들어서니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가 다르다
차창을 내리고 구불구불 산길을 달리는데
산등성 마다에 피어있는 개쑥부쟁이들의 하늘거림이 가을정취를 물씬 풍겨온다,
각시취들의 꽃분홍 빛이 더욱 돋보이며 나를 손짓하니
어느새 마음안의 근심걱정들이 후르륵 사라진다. 참 좋다.
도로를 달리는 지루함도 잊은 채 얼마를 달리니 어느 절의 일주문이 보이고,
그 앞에는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무슨 절이지? 하며 지나치는데,
아, 도로 한쪽에 정암사라는 돌비석이 서 있지 않은가!
아니 이렇게 쉬운 곳에?? 의아했다.
정암사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한 곳으로 아주 첩첩산중의 절집을 상상했는데
이렇게 도로변에서 만나다니!
간신히 한 곳에 주차를 하고 차문을 여니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막 부서지는 아침햇살 아래의 정암사가 신비스럽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절이기에 불신을 모시지 않는다.
우리나라 에는 5대 적멸보궁이 있으며
오대산 상원사,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설악산 봉정암, 정선 정암사이다.
나는 오늘 정선의 정암사를 친견했으니 3곳을 다녀온 셈이다.
통도사와 법흥사의 적멸보궁은 아직 나의 미답지인 것이다.
▲ 아침 햇살 가득한 정암사 계곡이 우리를 반긴다.
정암사계곡은 열목어서식지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정말 맑고 깨끗함이었다.
▲ 정암사 일주문
▲ 푸른 정기(?) 가득한 정암사
저 높은 곳에 수마노탑이!
▲ 줌으로 당겨본 수마노탑
▲ 맑고도 맑은 정암사 계곡
나는 곧장 수마노탑으로 올랐다. 한참을 올라야 하는 곳!
천천히 또박또박 오르다보니 잔잔한 꽃과 다람쥐가 길을 안내 하는 듯싶다.
수마노탑 앞에 이르니 아, 정말 숨이 멎는다.
탑이라기보다는 예술품 같았다.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놓은 것 같은 고풍스러움을
곳곳을 틈타 자라고 있는 풀들이 고색스러움으로 덧칠하고 있었다.
어느 또 다른 절에서 오셨을까? 스님 몇 분이 탑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모습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조심 둘러보며 몇 컷을 눌렀지만
지근거리에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위엄이 있었다.
탑 끝마다 풍경처럼 달려있는 종이 이채롭다.
이 탑은 저 아래 정암사 적멸보궁을 향해 있으니
사람들은 적멸보궁에서 이 탑을 향하여 참배를 하는 것이리라.
▲ 수마노탑을 오르는 길
▲ 산박하
▼ 아, 수마노 탑!
▲ 탑의 뒷면
▲ 탑의 앞면
▲ 탑을 지켜주는 바위와 마가목나무, 그리고 지샌달
▲ 탑에서 바라본 정암사
첩첩산중의 절집이 맞다.
▲ 탑을 내려오는데 다람쥐가 인사를 한다.
▲ 적멸보궁을 찾아가는 길목 곳곳을 지켜주는 쑥부쟁이
▲ 나도송이풀
▲ 적멸보궁
탑이 내려주는 빛일까?
팔작지붕의 정갈한 적멸보궁 위에 쏟아지는 햇살이 마치 수마노탑에서 내려주는 정기 같다.
조심스럽게 내려서 적멸보궁 앞마당에 들어서니
그곳에는 자장율사가 꽂은 지팡이가 나무로 자랐다는 주목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주목나무 자체가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이라 했거늘!
가운데 주목은 죽어 있는데 곁의 나무들은 잎을 내며 잘 자라고 있었으니!!
어쩌면 이 절의 영험함을 더욱 깊이 새겨주는 나무 한 그루 일 것이다.
몇 그루의 주목이 단정하게 자라면서 열매를 맺고 있기도 했다.
▲ 자장율사 주장자 나무(주목)
▲ 적멸보궁 뜰의 주목
▲ 주목나무 열매
▲ 마가목 열매
▲ 범종각과 계곡
▲ 정암사계곡은 열목어서식지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정말 맑고 깨끗함이었다.
▲ 털별꽃아재비
▲ 정암사와 이별하며....
아쉬움을 남기며 정암사를 뒤로 나고 길을 재촉하노라니 그냥 그렇게 마음이 뿌듯해진다.
우리 산하 곳곳에 심어진 역사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나를 충만하게 해준다.
▲ 배웅하는 쑥부쟁이
▲ 이고들빼기도 단체로 나와있다.
이른 아침, 아직 꽃잎을 활짝 열지 않고 아쉬움을 전한다.
▲ 향유도 수줍은 듯 바위에 숨어서 인사~~
안녕~~ 모두들 잘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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