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 2월 4일이면 입춘이다.
올 해는 연내입춘(年內立春) 으로
이는 음력설이 되기 전에 입춘이 오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즉, 음력으로는 아직 새해가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미리 찾아온 절기상 봄은
설날 덕담으로 봄을 한 움큼씩 안겨주려는 것일까?
하지만 얼마 전 내린 폭설로 아직도 곳곳에 눈이 산처럼 쌓여있다.
나의 곱디 고운 산길에 남아있는 발자국소리도 눈으로 덮여있다.
높은 나뭇가지 위의 청설모도 발이 시려 운지 나무위에서만 폴짝폴짝 건너다닌다.
이제 입춘이 지나 완연한 봄기운이 돌면 그 고운 길에 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제일 먼저 생강나무 꽃이 필 것이고, 3봉우리 오르막길에 애기사과꽃이 피고
그 봉우리에 막 올라서면 진달래가 서럽도록 고운 빛으로 무리지어 핀다.
아늑하고 편안한 길에 이르면 산벚꽃이 산을 꽉 채울 것처럼 필 것이다.
길 양편에서 무리지어 피는 국수나무꽃이 나를 환영하듯 줄지어 필 것이고,
깔딱 고개를 넘어서는 마지막 봉우리에서는 때죽나무 꽃이 필 것이다.
그들은 오랜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자신을 추스르고 영혼을 살찌우며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나 또한 그들과 너나들이를 다짐하며 매일 남겼던 나의 발자국들~~
오늘 문득 달력을 바라보고 입춘을 그리다가
그렇게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늘 다닐 때면 듣지 못했던 발자국 소리를
눈 덮인 산길에 고이 숨어있을 자박거리던 발자국소리를
내 마음으로 듣고 있음이니 이 또한 일찍 찾아온 입춘의 선물인가 보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되면
우리 조상들은 땅의 신에게 풍년을 기원한 뒤,
한 해 동안의 평안을 바라면서 ‘보리 뿌리점’ 풍습을 행하였다고 한다.
보리 뿌리점(麥根占)이란 보리 뿌리를 뽑아 보고,
보리 뿌리가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고 하니
이처럼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은
추운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봄이 찾아 왔음을 축하하며,
한 해 동안의 풍요롭고 평화스러움을 기원하는 절기이다.
나는
나의 발자국 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원해야겠다.
저 차디찬 눈 속에 형태 없는 화석으로 남아있을 발자국들을 만날 수 있을지
내 마음의 줄기를 뽑아 내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점쳐 볼 수 있는
나만의 그 무엇을 해보고 싶다. 나만의 입춘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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