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캐럴 대신, 까치밥 터지는 소리를…

물소리~~^ 2015. 12. 24. 20:46

 

 

 

 

 

▲ 노박덩굴(까치밥)

 

 

 

오늘이 특별한 날이던가?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내 마음을 질책이라도 하듯

길모퉁이를 따라 걸었다. 걸어야 한다기에

 

무심코 발길 향한 언덕길에 맴도는 낙엽들이 정겹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상큼하고

흐린 듯 흐리지 않은 하늘에 괜히 콧마루가 시큰해지는데

길가 큰 나무에서 빨간 열매가 어른거린다.

 

! 노박덩굴이다.

지금이야 노박덩굴이라는 이름을 버젓이 불러주지만

내 젊은 시절에는 까치밥이라 불렀던 열매이다.

 

반가웠다. 늦가을이면 꼭 만나보곤 했었는데

올 해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까치밥은 부실하게 남은 몸짓으로 나를 자극하고 있다.

 

내가 까치밥을 유난히 좋아하는 까닭은

빨간 열매를 내 보이기 위해 껍질을 툭툭 터트리는 소리가 좋기 때문이다.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늦가을이면 한두 가지를 꺾어

집 화병에 꽂아두면 한 밤중 까치밥들은 조심스럽게

자기들끼리 이야기라도 하듯 툭 툭 열매를 터트릴 때

난 숨죽이며 그네들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옛 생각의 정겨움에 그들을 담아보려고 폰을 대고 바라보니

엉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조각그림이다.

어쩜 하늘 수가 이리도 많을까

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또 하고 싶은 만큼의 마음을 받아주는 하늘의 개수일까.

 

마치 까치밥과 하늘이 오늘의 특별함으로 나를 초대하는 것만 같다.

그래, 오늘 우리 식으로 한 번 신나게 지내보자

캐롤 대신 더 정겨운 우리 소리로 특별한 날을 축하해 보자

 

 

 

 

 

 

 

 

 

특별함을 현란하지 않음으로 지켜내는

변치 않는 열매들도 오늘의 초대 손님이다

 

참마는 제 몸의 좋은 성분으로 따뜻한 차를 내오고

 

 

 

 

계요등은 멋진 샹드리에 등을 밝히고

 

 

 

 

댕댕이덩굴은 사물놀이를 준비한 듯 댕댕거리며 흥겹다.

 

 

서쪽으로 기우는 해를 희롱하는 구름도 절로 흥에 겨운 듯 덩실거리니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길나서면 만나는 자연이 함께하기에

황당한 이야기도 현실이 될 것이라고 위안 삼아본

크리스마스 이브 저물녘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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