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허무하게 한 해가 지나고 있다.
아무것도 못하고 흘러 보낸 한 해를 채색하기 위해서일까
그나마 블로그에 남긴 지난 글들을 되짚어보며
마음을 달래보는데 문득 남해의 한 섬을 찾아 걷던 글을 만났다.
참으로 싱그러운 마음으로 낯선 길을 충만함으로 걸었었다.
글 중의 한 사진을 만나는 순간 내 마음이 멈칫 거렸다.
그날도 그렇게 마음 찡한 마음으로 만나 사진을 찍었었는데
오늘 새삼스럽게 사진이 마음 깊숙이 자리한다.
아직은 새파란 잎들 위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던 것이다.
그 날은 그냥 단순히 서리 맞은 풀이 참 안쓰러워 보였었는데
사진으로 보는 오늘은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난다.
서리는 왜 새파란 잎 위에 내려 저들을 시들게 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서리는
철모르고 새파란 젊음을 자랑하는 초목에게
어서 네 몸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는 경고를 한 것은 아닐까.
지금 제 잘난 맛에 푸름을 자랑만 하고 있다가는
내년의 봄, 여름, 가을을 못 맞추고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어서 몸을 거두어들이라고 서리로 눌러준 것 아닐까.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다.
늘 건강을 자신해 왔던 나!
지나친 자신감으로 소소한 것들을 무시해왔던 방종함으로
올 한 해 동안 아마도 나는 된서리를 맞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다행히도 주위의 진정어린 마음들을 받았고
의료진들의 혜택을 받아, 이제는 어느 정도 서리를 거두어 낸 듯싶다.
늦은 마음 잡이지만
얼른 내 지나침을 거두어들이면서 서리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싶다.
내년에는 지나침이 없는 소박한 겸손함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받은 많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제는 서리 맞아 시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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