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보름달, 블루문이 하늘의 자리도 부족한 듯
호수 위에도 제 몸을 피웠다.
오후 8시가 채 안된 시각의 산책길에서
이제 막 떠오르는 달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쩜, 분명 어제(30일)가 음력 15일이었고
오늘은 하루 지난 음력 16일 인데..
달은 조금도 이지러짐이 없는 둥금으로 더욱 부풀어 하늘 가득이다.
달이 꽃처럼 피었다.
매일 새벽 산책길에서 만나던 달과의 정겨운 놀이가 새삼 생각이 난다.
저 달은 분명 내일 새벽 산 능선에서 막 서쪽으로 넘어가기 전
나를 기다려 주곤 했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초저녁에 막 떠오르는 달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의 만남 이어서일까?
괜한 어색함이 번진다.
달은 역시 고요함 속에서 만나야 하는데…
어색함을 달래 주려는 듯
달은 부풀린 제 몸을 풍덩 호수위에 던져
첨벙첨벙 물소리를 내며 놀고 있었다.
나를 청하는 소리인가?
깜짝 놀라 바라보며 다가서니 달은 물결 지으며 달아난다.
오늘처럼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뜨는 것은 드문 현상으로
과거에는 두 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 하여 불길함으로 여겼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단순히 달의 주기와 양력의 계산이 어긋나서 생기는 현상임에도
불길함으로 여겨 블루문이라 부르는 것은 순전이 사람들의 마음일 뿐이다.
아마도 두 번이나 큰 달을 바라보는 마음을 겨워하며
스스로 양보하는 마음이었지 싶다.
다음 블루문은 2018년 1월에나 볼 수 있다니
참으로 귀한 달이 아니던가.
달이 떠오르는 곳을 향한 나지막한 산기슭에서는
누리장나무가 한껏 멋을 부리며 뽐내고 있었다.
부풀대로 부푼 달이 뿜어내는 빛을 여한 없이 누리며
누리장나무라는 이름값을 오늘만큼은 톡톡히 해 내고 있었다.
연기 없는 등불 달빛아래서의
누리장나무는 오늘 하루 시인이 되어
밤새 달을 읊조릴 것이니 저 자리가 몹시도 탐이 난다.
▲ 장소에 따라 분위기를 연출하는 달~~
▲ 누리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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