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가 익어가는 6월의 마지막 날에
잔잔한 비가 내립니다.
6월의 바통을 이어받은 7월을 인디언들은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라고 하였다지요?
참으로 아름다운 표현이지요.
6월 내내 올망졸망
알맞게 빚어놓은 열매들에 속속 들어오는 햇빛은
다시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겠네요.
7월 내내
그냥 그렇게 달콤하고 새콤한 맛으로 버무려지겠네요.
해가 없는 날인데도
해가 저무는 것처럼 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우산을 받쳐 들고 산책을 나갔지요.
비 오는 길은 참으로 고요했습니다.
오늘은 호수 위 다리를 건넜습니다.
텅 빈 다리위의 가벼움이 마치 내 몸으로 안겨드는 것 같았지요.
6월의 마지막 날의 기운을 속속 받아들이는 내 몸도
7월이면 더욱 영글어 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느닷없이 마음이 부풀어 집니다.
기운이 차오르니 산책길의 거리를 더 길게 돌았습니다.
자전거 탈 때 지나던 길이지요.
문득 이 길 끝에서 만나는 꽃개오동 나무가 궁금해집니다.
저기 서 있는 꽃개오동 나무는 이제 꽃을 다 지우고
열매를 만들고 있었지요.
정말 7월에는 열매에 빛을 저장하려나 봐요.
오동나무와 비슷하지만 품질에서 격이 떨어진다고
‘개’ 를 붙여 개오동 이라 하다가
꽃이 예뻐 다시 ‘꽃’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꽃개오동 이랍니다.
몇 년 전 그 예쁜 꽃을 사진기에 담았었지요.
레이스처럼 주름 잡힌 꽃은
안쪽에 노란색과 보랏빛의 줄무늬를 새기고 있지요.
수더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꽃으로
보랏빛 오동나무의 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비록 개字를 달았지만 진짜보다 예쁘다 생각하지요.
보랏빛 꽃을 피우는 오동나무는 장롱을 주로 만들지만
꽃개오동 나무는 비파와 같은 악기를 만든다고 했는데
문득 뻐꾸기 한 마리가 꽃개오동 나무위에서 울고 있네요.
아니 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어쩌면 개오동나무 악기가 연주하는 곡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지요.
한참을 서서 듣노라니
6월을 보내는 이별가 같기도 하고
7월을 맞이하는 축가 같기도 합니다.
아, 인생에 있어
이별도 새로운 만남도 모두가 축복이지요.
▲ 2년 전에 찍은 꽃개오동
뻐꾸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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