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찔레꽃머리에…

물소리~~^ 2015. 5. 16. 12:55

 

 

 

 

 

 

 

   찔레꽃 필 무렵인 요즈음을 ‘찔레꽃머리’ 라 한다.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의 머리라는 말이 가장 예쁘게 들려오는 때가 아닌가 한다. 이 예쁜 머리에 카락을 붙여 머리카락이야기를 하고 싶은 내 ‘마음머리’ 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인 1960년 대, 우리나라는 온통 경제재건의 힘을 키우고 있던 시절이었다. 온 국민의 단합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탈피하고자 했던 사업 하나가 가발산업이 아니었을까. 어린 여공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가발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원료로 하였기에 인기가 좋아 효자 수출상품이 되었었다. 그에 머리카락이 귀한 대접을 받았던 시절이다.

 

그 시절 동네를 돌아다니던 엿장수와 방물장수들도 머리카락 팔라고 외치며 다니던 기억이 난다. 울 할머니도 머리를 빗을 때마다 떨어진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종이에 싸 두곤 하셨다. 그렇게 자연적으로 떨어진 머리카락 말고도 생계를 위해 일부러 머리를 자르기도 하였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이야기에도 여자는 머리를 잘라 남자의 선물을 사고 남자는 여자의 머리에 꽂을 핀을 산다는 이야기도 있잖은가. 또한 조선 영조 때, 병든 남편 때문에 가산을 탕진한 부인이 마지막으로 남편이 마시고 싶어 하는 술을 사 주기 위해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술을 사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기도 한다. 실재하는 주천샘 이야기다.

 

머리카락을 돈으로 환산한 가치보다는 신체의 일부인 머리를 잘라 사랑하는 가족이나 상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마음을 더욱 알려주는 이야기들이다. 늘 내 몸에 있는 머리카락을 언제 관심 두고 관리하고 했던 적이 있던가. 머리의 소중함이 새삼스런 요즈음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파마머리를 꼭 한 번 해 보았다. 결혼 전 이다. 하지만 숱이 워낙 많은 긴 머리라서 파마를 하고나니 머리가 산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놀란 마음에 머리를 묶고 다니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그 후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면서 내 머리는 언제나 목을 스치는 단발을 고수했고 언제 한 번 바꾸어 본 적 없이 지냈다.

 

사람들은 지금의 내 나이가 되도록 단발이 그토록 잘 어울림은 숱이 많아서라고 부러워들 했다. 또한 자연 갈색 빛을 띠고 있다. 간혹 머리 손질하러 미장원에라도 들리면, 염색하러 오신 분들이 미용사에게 내 머리를 가리키며 저 색깔로 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흰머리조차 더디게 나고 있으니 염색 역시 나하고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이런 내 머리가 요 며칠 사이 속수무책으로 빠지고 있다. 의사가 3주부터 빠질 거라고 이야기 해 주셨다. 난 3주가 지나면 빠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3주가 시작되자마자 빠지고 있다. 이상하게 두피가 아프다. 속절없이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문득 방물장수가 지금 시대에 있다면 귀한 물물교환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주인을 잘 못 만난 내 머리카락들이 불쌍하다. 이제 와서 숱 많고 색깔 예쁘고 질 좋은 머리카락이라고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고 부가가치를 상실한 내 머리카락들은 방물장수를 거치지도 않고 비닐에 꼭꼭 싸여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기 좋은 수출상품이 되어 우리의 경제재건의 초석이 되었던 가발의 힘을 빌려야겠다. 내가 재건 될 수 있도록!!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이 밀려온다  (0) 2015.06.02
애송이 밤송이는 모내기철을 알려주는데…   (0) 2015.05.25
특별한 어버이 날을 보내고.....  (0) 2015.05.08
오월은 의젓하기만 하다.  (0) 2015.05.04
꿈을 꾸다  (0)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