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왕버들에게서 생명의 약동을 느끼다.

물소리~~^ 2015. 1. 26. 16:42

 

 

 

 

▲ 호숫가의 왕버들

 

 

 

바람은 차갑지만 그래도 신선한 공기를 대하고 싶은 마음에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가까운 공원호수를 찾았다.

일 년 중 가장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요즈음이 아닌지…

깊 섶에 아무렇게 자라면서도

초록 잎을 보이던 잡풀하나 보이지 않는 썰렁함이었다.

 

어느 풍경 하나에 눈 길 주지 못하고

그저 길 따라 걷다 호숫가로 내려섰는데

커다란 나무들이 괴기스런 몸짓으로 서있다.

흠칫 놀라며 자세히 위아래를 훑어보니

어쩜 그 모습들이 예사롭지 않음에 저절로 마음이 수그러진다.

왕버들나무였다.

 

한 겨울 호숫가에 잎 하나 없이

물을 향해 굽은 듯 서 있는 왕버들의 자태가 눈길을 끌어간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버드나무는 가느다란 가지가 휘휘 늘어지며

가는 바람 앞에서도 제 멋을 부리는데,  왕버들은 사뭇 다르다.

마치 버드나무의 왕이라도 되는 듯 듬직함은 물론 웅장하기까지 하다.

 

왕버들은 숲속에서 다른 나무들과 서로 자람을 경쟁하기 싫은 것일까

이들은 언제나 개울가나 호숫가에 많이 자란다.

주산지의 왕버들처럼

아예 호수 속에 떡하니 자리 잡고 수백 년을 살아가고 있기도 한다.

 

물속에서 자람은

제 몸이 쉽게 썩고 줄기에 큰 구멍이 나기 마련이다

그 구멍 속에 들어가 죽은 곤충이나 어린 동물들에게서 나오는 인(燐)은

비 내리는 날 밤에 푸른빛을 띤다. 도깨비불이라 했다.

그래서 왕버들을 귀류(鬼柳)라고도 부른다고 하였다. - 인터넷 인용 -

 

내가 만난 왕버들 중,

주산지의 왕버들도 아름다웠지만

퇴계 이황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든

도산서원 앞을 지키고 있는 왕버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어찌나 넓게 가지를 펼치고 자라는지 단 한 번의 사진 속에 담을 수조차 없었다.

비스듬히 자란 줄기의 고풍스러움은 절로 오랜 수령을 헤아리게 하면서

마치 많은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싶은 느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왕버들은 자신의 특이한 자람으로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가는 것 같았다.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을 피해서

오롯한 자신만의 장소를 택해 자라고 있음은

좋은 뜻일까, 아니면 지탄을 받아야 하는 행동일까.

 

새 봄이 되어 버들강아지를 피우고, 연둣빛 잎을 피울 것이니

그 때 다시 만나보면 나의 우문들은 절로 사라질 것이다.

느슨한 마음으로 걷는 한없이 나태하고 느릿한 나의 게으름이

왕버들의 모습에서 생명의 약동을 느끼노라니 정신이 바짝 든다.

 

 

 

 

▲ 도산서원 앞 마당에서 자라는 왕버들 두 그루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

 

 

▲ 주산지의 왕버들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 속의 왕버들은

괴기스럽기조차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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