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애매한 크리스마스 선물

물소리~~^ 2014. 12. 24. 21:42

 

 

 

 

 

 

 

오전 중의 바쁜 일과는 계절날씨를 잊게 하였다.

그 틈을 노렸는지 감기가 친구하자며 내 몸에 들어왔다.

요즈음 몸이 시원찮아 조심한다 했는데 방심한 틈을 노리고 있었나 보다.

콧물이 줄줄 흐르니 화장지가 술술 풀린다.

내 코는 어느새 루돌프 사슴코가 되었으니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인 줄 어찌 알았을까.

억지 춘향격으로 산타 썰매를 끌어야 하나보다.

 

왠지 쓸쓸해진다.

성탄절이라는 특별함보다는 세밑이라는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아픈 목을 축이려 생강차도, 모과차도, 오마자차도, 한 번씩 타 마셔본다.

여기저기서 보내준 것들인데 유통기한이 모두 간당간당하다.

오늘 오후의 일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가함을 받았다.

늘 바쁘고 복잡하게 살아온 나에게 약간의 몸의 불편함이 브레이크를 걸어준 것 같다.

삶의 제동장치다.

 

콧물이 줄줄 흐르는 후줄근한 몸과 마음은 안온함을 찾는 이유가 될까.

그냥 차분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쓸쓸함을 덮고 싶다.

여태 읽기를 마치지 못한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를 폈다.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까닭은

알 수 없는 쓸쓸함을 벗어날 수 있다는 안정감이 있어서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거나 하는 내용이 딱히 없었다.

어느 한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내용을 따라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의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책을 읽었다는 명목을 만들기 위한 책읽기인지도 모른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자세가 달라진다.

년 내에 읽어야겠다는 생각과

오늘의 가라앉은 기분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는 다짐이 앞섰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낯선 적막과 시간 속에서

긴 글을 읽어내며 깊이 새긴 이야기는 ‘삶의 주인공’ 이 되는 것이었다.

그 명제를 아주 깊고 넓게 일러준 책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되다는 뜻입니다. (p271)

  

사실 우리가 듣기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말에서도 선승들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나 그마저도 나는 모르겠다.

다만 어떤 이유로 그 말의 깊음 뜻을 헤아렸는지를 설명해주는 글을 읽고서야

아 그렇구나! 하고 느끼며 읽어냈으니

그 애매함을 그냥 콧물과 재채기 탓으로 돌려야겠다.

그저 나는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야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받았으니

루둘프 사슴코가 되어 전해준 선물은 결국 내가 나에게 전해준

크리스마스의 최고로 멋진 애매한 선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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