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수리
흰 눈송이들이 하염없이 내리던 요 며칠
눈송이들이 자꾸만 흰 꽃잎처럼 보였다
나무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무리를 이루어 꽃을 만들어내는 힘,
군중의 힘이었다.
땅위에 떨어지지 않고 녹아내리는 눈꽃을 바라보며
깊은 산중에서 만난 꽃의 환영을 쫒는다.
지난 8월 지리산에 올랐을 때
힘든 숨을 고르고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다
문득 한 무더기의 어수리 꽃을 보았다.
큰 나무들 사이 약간 그늘진 곳에 풍성하게 피운 꽃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산행의 힘듦을 잊은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꼭 한 겨울 눈송이들이 모여 꽃을 이룬 듯
사뿐하면서도 유난히 깨끗한 흰빛이 참으로 고와보였다.
자잘한 꽃들이 힘을 합쳐
큰 송이의 꽃을 이루어낸 대견함을 부추기듯
주위의 푸른 잎들이 더욱 돋보여 주었다.
깊은 곳에서 깊은 향 만 취해 살아온 덕택으로
연한 새순을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다 해서 얻은 이름 '어수리'
이 겨울에서부터 꽃의 자세를 준비하고
향을 비축하며 한 여름에 마음껏 자랑하는 꽃이거늘
겨울이면 춥다고 두꺼운 옷을 입고도
감기네 뭐네 온통 약으로 살아가는 약하디 약한 우리는
저 가냘픈 꽃잎으로 이룬 커다란 꽃송이에 언제나 닿을까.
이 겨울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 꽃잎을 내 몸에 얹어
사람꽃이 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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