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자꽃
어머니께서 자주 가시는 절에서 만든 달력을 보내주셨다.
탁상용 달력에는
온통 귀여운 동자승들의 천진함이 묻은 사진들로 채워졌다.
동자승을 보면 동자꽃이 생각난다.
더욱이 요즈음처럼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칠하며
세상의 길을 보이지 않게 덮어버리는 날에는
눈 속의 꽃이라도 만난 듯 유독 꽃의 모습이 환영처럼 스쳐 지난다.
동자꽃은 전설을 지니고 있다.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 한 암자에 노스님과 어린 동자가 살고 있었다.
동자는 스님이 공양미를 얻으려 마을에 내려갔다가
허기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불쌍히 여겨 데리고 온 아이였다.
어린 동자는 스님을 할아버지처럼 따르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어느 추운 겨울 날
스님은 식량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다.
동자는 따라가고 싶어 했으나 너무 추운 날씨이기에 남겨두고 갔다.
스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암자를 떠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하지만 그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온 산을 덮고 길을 덮어버렸다.
동자가 걱정이 된 스님은 막무가내로 암자에 다시 오르려 했으나
눈으로 막힌 산길에 그만 암자에 오르지 못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오고 말았다.
암자에 홀로 남은 동자는
스님이 내려간 길이 보이는 바위에 앉아 스님을 기다렸다.
식량이 떨어진 동자는
스님이 폭설 때문에 오지 못함을 알지 못하고 울기만 하였다
눈은 초봄이 되어서야 녹기 시작했다
스님은 부랴부랴 암자에 오르다가
바위에 앉아있는 동자를 발견하고 반가웠다.
“내가 왔다. 이 녀석아 그 동안 별 일 없었더냐?” 하고 물었지만
동자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제서야 스님은 동자가 자기를 기다리다 죽은 것을 알고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스님은 동자를 그 바위 옆에 묻었다
그 해 여름 그곳에서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으며
암자에 올라오는 사람들은 동자의 영혼이 피어난 듯싶다며
그 꽃을 동자꽃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동자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동자꽃 전설 / 인터넷내용 발췌)
동자는 스님이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오고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바위에 앉아 기다렸다.
참으로 순수한 영혼이다.
요즈음처럼 탁한 영혼들로 어수선할 때
동자꽃이 환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동자가 되어
언젠가는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오지 않을 그 깨끗한 세월을 기다리고 싶다.
진정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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