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시탑(守市塔)
내가 점심시간에 찾아 걸었던 월명공원의 길은
이곳 군산의 구불길로 선정된 11개 코스 중 ‘탁류길’이다.
채만식 선생의 소설 탁류의 배경이 되고 있음을 상징화한 도심 속의 구불길이다.
군산은 1899년에 일제의 강제로 개항된 항구도시다.
곡창지대이면서 풍부한 해상자원의 중심지였기에 풍요를 누리면 살았던 곳이다.
그 잘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제의 못된 수탈창구가 되어 버린 곳,
흥망성쇠의 이치일까.
지금은 그 풍요가 사라지고 발전이 더딘 도시가 되어있다.
▲ 독립운동가 이인식 선생 동상
탁류길을 따라 걷다보면 그 시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난 도심길을 생략하고 곧장 월명산으로 올랐다.
점심시간만을 활용해야하기에 택한 길이다.
난 그곳에 수시탑만 있는 줄 알았다.
상큼한 가을 기운을 맞받으며 사부작사부작 오르다가 처음 만난 동상은
독립운동가 이인식 선생의 동상이었다.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서 출감 후,
부모님이 상속해준 전 재산을 정리,
머슴이었던 벙어리 삼복이의 도움을 받아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으로
그 당시에 8천만원을 헌납하셨다고 한다.
▲ 내 그림자
▲ 잘 익은 플라타너스와 전망대
동상 옆의 작지만 아담한 전망대에 무심코 올랐다.
전망대 꼭대기를 장식하듯 서있는 플라타너스 나무의 모습이
마치 선생의 혼을 기리는 듯 기품 있어 보인다.
전망대에 올라 사진을 찍는데 어쩜 내 그림자가 먼저 선생의 발치에 서 있다.
저게 정말 나일까? 손을 번쩍 들어보니 그림자도 팔을 올린다.
아, 선생께서도 함께 웃으시니 쑥스럽다.
▲ 나무 밑동과 의자
나무의 할 일을 대신해주면서 그 의미를 잃지 않게 해 주는 의자
참 아름다운 상생!!
▲ 여뀌꽃
통통하게 여문 꽃이 아직도 청춘이라며
미소 짓는 얼굴의 붉은빛이 참으로 귀엽다.
어여 제 갈 길을 가야 할 텐데…
▲ 비둘기 집
▲ 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장항제련소
이인식 선생 동상 전망대에서 내려와 조금 걸으니 우뚝 솟은 수시탑이 보인다.
28m 높이의 수시탑은 우리 군산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바람에 나부끼는 선박의 돛 모습과 번영을 상징한다.
월명산 능선, 해변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수시탑에서의 조망은
충남의 장항 서천까지도 한 눈에 보인다.
천리길을 달려온 금강이 금강하구둑을 지나 서해 바다를 만난 곳,
강 건너, 아니 바다 건너 장항제련소 굴뚝이 선명하다.
옛날 우리 초등 사회교과서에 실린 사진 그대로의 모습이다.
지금은 모습만 남았지만 우뚝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 시대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 채만식문학비
수시탑앞 계단을 내려서니 단정함을 품은 길이 나오고
그 맞은편에 바다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나무 울창한 숲의 공간에 채만식문학비와
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조각품들이 배열되어 있었다.
곳곳에 놓인 의자에 앉음직도 했건만 마음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렇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가을을 지내는 마음이지 않을까.
낭만어린 풍경임에도 선뜻 나를 내려 놓지 못하는 어설픔~~
휘익 스치는 솔바람아래 철없이 피어난 진달래가 나를 다독여준다.
▲ 애기똥풀
▲ 3.1운동 기념비
3.1운동은 전국 어디에서나 있었지만
군산은 3.5일부터 있었고 이것은 호남지방의 최초였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 담쟁이가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이제는 야트막한 산 능선을 따라 부지런히 걸어야한다.
도심 속의 산길은 사람들 발길마다 만들어진 수 십 갈래의 길이었지만
어느 곳을 디뎌도 이르는 방향은 한 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길 잃을 염려는 없거니와 설사 길을 모른다 해도
내려와 닿는 곳은 시내이니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나무가 이루어주는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쭉쭉 빵빵 뻗은 편백림을 지나기도 했다.
낮은 산, 공원 산이라는 편견에서 빚어지는 단조로움은 없었다.
얼키설키 이어지는 길을 따라 능선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산 중간을 가로지른 옆길을 걷기도 하다 보니 익숙한 호수가 나온다.
이곳 역시 상수원이다.
맑고 맑은 물은 저 혼자 무심한 척 일렁이고 있다.
나는 보았다 물결꽃을 …
▲ 월명호수
▲ 금계국
추웠을까. 차마 꽃잎을 활짝 열지 못하고 있었다.
▲ 화살나무
▲ 노박덩굴
▲ 화살나무의 위용
▲ 학교의 담장에 핀 덩쿨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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