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훌쩍 다녀오다

물소리~~^ 2014. 11. 8. 22:29

 

 

 

 

 

 

입동을 보듬은 가을날의 토요일,

어딘가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답게 꾸무럭한 날씨다. 바쁜 시기여서 멀리 나갈 수 없기에 일찍이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았지만 육신은 자꾸만 나른해지면서 밖에 나가자고 떼를 쓴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토요일이기에 간단한 차림으로 나섰다. 점심시간을 포함해 3시간만 활용하자 혼자 다짐한다.

 

가까이 있는 청암산을 찾아 나섰다. 저수지를 끼고 있는 산? 아니면 산 아래에 자리한 저수지? 라고 할까. 이렇듯 둘은 한 몸처럼,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고장의 명품길이다. 이곳은 월간지 ‘산’ 이 선정한 전국명품 둘레길 66곳에 한 곳으로 선정된 길이다.

 

어딘가로 훌훌 떠나고 싶은 이 맘 때쯤, 한번쯤 가보고 싶은 까닭은 저수지제방 아래로 펼쳐진 아담한 넓이의 억새밭이 어느 곳보다 멋진 가을서정을 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유명한 산에만 가을이 있을까. 그 어느 곳이든 그 나름의 특색을 지니고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으니 귀 기울이며 걷노라면 진정한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제방아래에는 그새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자꾸만 인위적인 설치물들로 인해 아름다움이 훼손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어쩌랴~~ 저수지를 배경으로 놓인 나뭇잎 의자가 이채롭다. 딱 이 계절에 어울리는 의자라 여겼는데 초록색이다. 여름에도 어울리겠다. 사계절용 의자인가 보다. 잔잔함으로 맞아주는 저수지와 인사를 하고 11시 20분부터 걷기 시작했다.

 

두 번 찾아왔던 곳, 그 때는 등산로를 따라 산 능선을 걸었지만 오늘은 수변로를 따라 걸을 참이다. 구불구불한 저수지를 따라 걷는 길은 총 13.8km로 등산로를 걷는 길보다 1시간 여 더 많이 소요된다.

 

억새~ 언제 만나도 정겨움이 먼저다. 정갈함으로 알맞게 익은 몸빛이 그대로 가을이다. 근심걱정을 모두 잊으라며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서는 억새의 표정이 애교 만점이다. 미미하게 번지는 향기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저절로 마음이 순해지며 무한한 애정이 솟구친다. 많은 사람들이 억새밭을 들락거리며 사진 찍느라 바쁜 틈새로 나는 그냥 걸었다.

 

살짝 고개를 수그린 억새가 누군가와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듯싶어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아 청초한 쑥부쟁이가 말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저희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를 보고 어색했을까. 가느다란 몸을 살짝 구부리며 비켜서는 듯싶었는데 어쩜~~ 몇 발자국 건너에는 고고한 구절초가 웃고 있다. 꽃이 고픈,  꽃 보기 어려운 시절에 이렇게 예쁜 꽃들을 만나다니~ 걷기도 전에 오늘 이곳을 찾은 보람을 다 찾은 것 같은 기쁨이다.

 

정말 참 좋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지만 이제 막 물들어가는 나무들은 더없이 환한 모습이다. 울긋불긋한 나뭇잎 따라 겁 없이 흥을 내며 철없는 댕강나무꽃, 명자꽃이 덩달아 꽃을 피웠다. 추운 겨울을 어찌 지낼까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더불어 함께하는 풍경 속에 일체감으로 스며든 듯 자연스러움도 있었다.

 

수변을 걷다 조금 지루하면 헉헉거리며 산으로 올랐고, 다시 또 수변으로 내려와 걷기를 반복했다. 하늘을 찌를 듯싶은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나고 낙엽 수북한 길을 밟았다. 낙엽 밟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싶은 가을을 살아가는 나무, 풀들은 어느 곳에서나 제각각의 결실을 맺느라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이었다. 자신의 속살마저도 거침없이 다 내 보이면서도 당당하다. 움직임 없는 저수지의 물이지만 살짝 이는 바람결에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이 참 예쁘다. 물결꽃이라 이름지어주어야겠다.

 

갖은 모습들을 만날 때마다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가지만 더 이상 챙길 것 없는 내 생각의 끝은 언제나 같다.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담금질의 막막함뿐이었지만, 훌쩍 찾아온 나에게 곁에 머무는 풍경을 함께 음미해준 오늘의 가을이 참 좋다. 그럼에도 길 따라 펼쳐진 살아있는 풍경들이 전해주는 제 각각의 향을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저 내 후각만이 기억하고 있는 기분 좋은 가을 내음으로 물들인 행복함으로 마음꽃을 피우며 가을이 되어본 한나절이었다.

 

 

 

▲ 저수지

 

 

 

 

 

 

▲ 억새밭

 

 

▲ 쑥부쟁이

 

 

▲ 구절초

 

 

 

 

▲ 댕강나무

 

 

▲ 명자꽃

 

 

 

 

 

 

 

 

 

 

 

 

 

 

 

 

▲ 계요등

 

 

 

 

▲ 왕버들의 자태가 정말 멋스럽다.

물 속에서 살아가노라면 저리도 유연성을 지니나 보다.

 

 

 

▲ 잔잔한 물결이 마치 꽃을 피운 듯싶다

浪花 (물결꽃)라 불러주었더니 좋아라 한다.

 

 

 

 

▲ 사위질빵 (씨앗)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디자인~~

 

 

 

 

▲ 청암산 정상

예전에는 없었던 정상전망대

 

 

▲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수지

 

 

▲ 전망대에서 바라본 평야

 

 

▲ 감국

 

 

 

 

▲ 생강나무 잎

 

 

▲ 갑자기 환한 풍경을......

 

 

 

▲ 명경지수

 

 

▲ 청미래덩굴

 

 

 

 

▲ 작살나무

 

 

▲ 싸리나무의 물든 모습

 

 

▲ 서양금혼초

 

 

 

 

▲ 물가의 감나무가 예술이다.

이 감은 고기밥일까~~

 

 

▲ 비상을 꿈꾸는 주홍서나물

 

 

▲ 참등골나물

 

 

▲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억새밭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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