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광사 능허교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는 차로 약 40분 정도 달려야 했다. 조계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렇게 틈을 내 송광사에 들렸다. 내심 꼭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닐 때나 우연찮게 옛길을 걸을 때 만나는 돌다리는 알 수 없는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돌다리의 종류는 대개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형교(桁橋, 널다리교)와 홍교(虹橋, 무지개다리)다 형교는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판돌을 가로질러 만든 다리이고 홍교는 교각 대신 잘 다듬은 돌로 반원 모양의 홍예(무지개)를 만들고 그 위에 돌이나 흙으로 메운 다리이다. 홍교의 홍예는 양쪽에서 반원 형태로 쌓아 올려가다 만나는 한가운데 지점에 원래는 멍에목을 걸어야 하는데 주로 용머리를 조각하여 걸어둔다고 한다. 용머리를 조각하여 걸어두는 까닭은 벽사의 의미라 한다. 멍에목이나 이 용두석을 빼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속설은 그 위치의 중요성 때문이겠지만 그에 상징하는 벽사 의미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기에 상서로운 동물을 조각하여 걸어두는 것이라 한다. 실제로는 미학적으로, 또 다리의 중심 추 역할을 하는 실용성을 지니고 있다. 앞서 다녀온 선암사의 승선교가 홍교(무지개다리)의 대표라 하지만 이곳 송광사에도 홍교가 있다. 송광사를 들어가기 위해 건너는 능허교 아래에도 용두석이 걸려 있다. 헌데 능허교의 용두석 입에는 긴 철사 줄이 물려 있고 그 철사 줄에는 동전 세 개가 달려 있다. 무슨 의미일까.... 조선 숙종 때(1707)에 송광사 주지스님은 능허교 불사를 위해 시주를 받았다고 한다. 받은 시주금으로 다리를 세우고 보니 동전 세 개가 남았고 주지스님은 그 남은 동전 세 개를 어떻게 할까 고심했다 시주 받은 금품을 원래의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은 호용죄(互用罪)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호용죄는 불가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고심 끝에 스님들은 그 엽전을 용머리에 걸어두기로 했다고 한다 훗날 다리를 보수하거나 새로 건립할 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일체유심조라 했던가. 무엇이든 한번 결심한 마음을 실천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리를 짓고 남은 돈이니 편한 마음으로 사용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것이 아닌 돈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귀히 여기어 본래의 그 의미를 지키고자 하는 진심은 어찌 스님들에게서만 필요한 마음이겠는가. 저기 걸려 있는 것은 단순한 동전 세 개가 아닌 내 것이 아닌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걸려 있음이다. 누구나 와서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마음이 수 백 년을 지켜 내려오고 있으니 오늘처럼 가까이 지나는 경우에 꼭 한 번 들려서 그 모습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이 적음보다 좋은 것이 없다 하였다. 욕심을 적게 하면 마음이 맑아지고 그 맑음 속에서 선이 생겨난다고 배웠다. 나는 비록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귀한 뜻이 담겨있는 호용죄의 의미만큼은 살아가면서 한 번씩 음미해 보고픈 마음이다.
▲ 철사줄에 걸린 동전을 찾으려고 숨은그림찾기를 해야했다
다리 아래 내려 갈 수도 없고....
▲ 이 건물, 우화각을 받치고 있는 다리가 능허교 (삼청교)이며
세속과 불국토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송광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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