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그 높은 산이 나를 다시 부르다.

물소리~~^ 2014. 8. 23. 23:27

 

 

 

 

 

 

 

‘어머니의 산’이라 칭하는 지리산만큼 많은 상징성을 포함한 산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는 품고 품은 것이 많아 늘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우리 민족이 겪은 불운의 시대에 대항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에 은신하기도 하였으니 그 이야기들은 또한 문학으로 표출되고 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은 그 산이 나를 다시 부르고 있었다.

 

지난 16일 지리산에 다녀오고 오늘 일주일 만에 다시 지리산을 찾았다. 연유인즉 지난 토요일의 일정은 성삼재에서 노고단, 반야봉을 오른 후, 뱀사골로 내려온 11시간의 긴 여정이었다. 하지만 노고단 정상에는 오르지 못하고 노고단고개에서 반야봉으로 향했었다. 노고단 정상의 개방시간이 오전 10시부터였고 우리는 그곳에 오전 7시에 도착했었기 때문이다. 노고단 정상의 출입을 통제하는 까닭은 생태계 복원 때문이라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7년부터 정상 일대를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탐방 시간과 성수기 탐방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노고단에 초록색이 되살아나고 있다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럼에도 실로 얼마 만에 찾은 지리산인데 노고단을 지척에 두고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내내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물봉선, 노루오줌, 흰진범, 물레나물, 이삭여뀌, 오리방풀, 짚신나물, 참취, 동자꽃, 모싯대, 원추리 등 잔잔한 꽃들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소문으로만 듣던 노고단 정상의 원추리 군락지를 꼭 보고 싶었는데… 하여 일주일 만에 개방시간에 맞춰 노고단까지만 다녀왔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의 산행은 아주 무난한 코스다. 성삼재가 해발 1,100m, 노고단 정상 1,507m이니 약 400m만 오르면 되는 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왕복 3시간을 즐길 수 있음을 새삼 알았다. 집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할 때에는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좀처럼 걷힐 기미가 없어 일단 쌍계사 쪽을 먼저 다녀오자 하여 칠불사까지 다녀왔다. 12시가 지나니 다행히 안개가 걷혔다. 아주 깔끔하게 비켜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봉우리가 보이고 하늘이 보이니 좋았다.

 

지난번처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오늘은 산이 보여주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 아주 천천히 걸었다. 노고단 고개에 이르니 멀리 정상의 돌탑이 보인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나무데크의 아담함이 어찌 그리도 정겨울까. 사람들은 그냥 그 길을 만들었을 뿐인데 산은 그 모습을 얼른 자연 속으로 끌어들여 한 식구를 만들었다.

 

오르는 길 양 옆으로는 자주색 산오이풀과 연보라색 이질풀 꽃이 지천이다. 그런데 지리산의 꽃이라 하는 노란원추리는 어쩌다 하나씩 피어있다. 군락이라고 하였는데!! 아, 그동안 훼손 되었을까? 그래서 복원하기위한 통제를 하고 있는가? 범꼬리는 딱 한 개체를 만났다. 산비장이의 진보라색감이 신비하다. 그 보기 어려운 층층잔대가 줄줄이 피어있다. 벌써 가을을 알리는 구절초의 고고함에 눈부시다. 산나물의 제왕이라고 하던가? 곰취의 우직함이 유난 돋보인다.

 

곳곳에 세워진 조망대에서는 낮은 안개가 아직도 벗어나지 않고 있기에 확 트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3도 15개면에 걸쳐있는 산위에서 까마득 산 아래의 그 어느 곳을 확인해보는 일처럼 즐거운 일은 없다. 저 아래 화엄사가 보이고 구례가 보이고 섬진강이 보인다. 희미하고 어렴풋하지만 그래도 끝내 찾아내고 만다. 꼭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다.

 

산은 이처럼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녔다. 작은 물줄기 하나에도 탄성을 지르고 하늘을 나는 잠자리 한 마리에도 반가움을 보탠다. 지나는 모두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괜히 사진 찍어드릴까요? 하며 친근함을 일으켜주기도 한다. 절로 일어나는 선한 마음에 산행의 힘겨움은 어느새 저만큼 달아나 버린다.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못한,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그 순간을 오늘 아주 예쁜 색으로 곱게 칠해 채웠으니 내 마음이 그만 지리산에 매달리고 말았다. 가을빛을 품었던가. 이제 또 기약없는 이별이라니....

 

 

▲ 노고단대피소

 

 

▲ 원추리

 

 

▲ 이질풀

 

 

 

 

▲ 기린초

 

 

▲ 구절초

 

 

▲ 산비장이

 

 

▲ 저 뒤, 16일에 올랐던 반야봉이 구름과 노닐고 있다

 

 

▲ 노고단 오르는 길

 

 

▲ 꿩의비름

 

 

 

▲ 갈퀴나물

 

 

 

 

 

 

 

▲ 산오이풀

 

 

 

 

 

 

 

 

▲ 노고단에서 바라본 대피소

 

 

 

 

 

 

 

 

▲ 곰취

 

 

 

 

 

 

 

 

 

 

 

 

 

 

 

 

 

 

 

 

 

▲ 범꼬리

 

 

▲ 산오이풀과 잠자리

 

 

 

 

 

 

 

 

▲ 개시호

 

 

 

 

 

 

 

 

 

 

 

▲ 까치수영의 변신

 

 

 

무넹기라는 지명의 유래는 1929년 구례군 마산면 소재에 큰 저수지를 준공하였으나 물의 유입량이 적어 만수를 하지못해 가뭄이 들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그 이듬해인 1930년에 해발 1,300m고지 노고단에서 전북으로 내려가는 물줄기의 일부를 구례 화엄사 계곡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유도수로 224m를 개설, 저수량을 확보하여 지금까지도 매년 풍년 농사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하여 이 안내판의 자리가 그곳이며, 화엄사계곡으로 ‘ 물을 넘겼다’ 는 뜻에서 무넹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한다.

 

최근에도 지자체간에 지리산의 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 높디나 높은 곳에서부터 물길을 돌린 그 마음들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