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암사 대웅전
9월 초, 추석 연휴에 13, 14일의 휴일을 합하면 무려 7일이 쉬는 날이다. 15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을 적어도 12일까지 마무리를 해야 하는 특성으로 일 마감 처리하는 날짜가 아주 많이 빠듯하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 했거늘 시간을 나누고 쪼개어 보탠 덕분으로 무사히 마쳤다. 휴~~ 한숨이 절로 난다.
남편이 토요일에 순천을 다녀와야 한다고 한다. 일단 급한 일을 마무리하는 뒤로 미뤘던 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홀가분한 마음이기에 얼른 따라 나섰다. 조금 일찍 출발하여 나를 선암사 주차장에 내려주고 업무처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나는 선암사를 경유해 조계산을 올랐다 내려올 심산이었다. 순천의 선암사와 송광사에는 두 번씩 다녀왔지만 두 절을 품고 있는 조계산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기에 이번 기회에 다녀오고 싶었다.
일정을 정하고 차를 타고 달리노라니 들판의 풍경들은 어느새 조금씩 가을에 몸을 길들이고 있었다. 맑은 하늘과 흰구름의 여유로움에 그만 내 마음도 한없이 차분해진다. 선암사 이정표가 보이면서 따라 들어서서도 한참을 달려 선암사 주차장에 닿았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였다. 매표소 창에는 작은 글씨로 이곳에서부터 선암사까지는 건강한 걸음으로 15~20분이 소요된다고 쓰여 있었다. 모든 사찰이 그러하듯 사찰 건물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거리를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걸으면서 속세의 번뇌를 씻고 오라는 의미도 있단다. 굳이 그런 의미를 내세우지 않아도 선암사 가는 길의 운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별하지 않는 편안함의 길이면서 길옆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내 안의 번잡함을 모두 거두어 가니 날을 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맑은 하늘의 해도 아침을 먹고 기운이 나는지 조금치의 나뭇잎사이만 보여도 햇살을 내려뻗고 있었다. 눈부시다. 오솔길이 반은 나무의 그림자, 반은 햇살이 그대로 내려 앉아 있으니 보송보송하다. 어쩌다 나뭇잎에 걸러져 내려오는 햇살이 참으로 순하다.
유홍준님의 극찬을 박은 선암사는 문학의 산실이기도 하다. 작가 조정래의 탄생지인가 하면 뭇 시인들의 노래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곳, 하물며 해우소인 ‘뒤깐’ 까지도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아마도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가득한 사찰로서 지극히 전통적인 가옥의 분위기로 안정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눈으로 읽고, 귀로 들은 풍월로 말해본다.
▲ 선암사 가는 길
▲ 조금 걸으니 커다란 나무의 호위를 받는 조그마한 승탑전이 보인다.
별반 보호시설이 없는 듯싶으니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린다.
몇 년 만에 찾아온 낯설음인가?
▲ 걸음을 재촉하니 마치 절을 지키는 수문장인 듯 길 양편으로 돌무더기 속에 서 있는 석주를 만났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었는데… 아니 몰랐을 것이다. 앞면에는 조계산 선암사, 뒷면에는 한 스님의 게송이 쓰여 있다는데 그 뜻을 어렴풋이만 풀이할 수밖에 없어 슬그머니 발길을 돌렸다.
▲ 선암사 승탑밭
아, 이곳이 승탑밭이었다. 늘씬한 측백나무의 호위가 위엄 있다.
▲ 조금 더 걸으니 이제는 나무로 된 장승이 양편으로 서 있다.
원래의 장승은 부식이 심해 박물관으로 옮겨져 있고 지금의 것은 모형이라는데
실물에 근거하여 만든 듯, 낡고 닳은 모습이 그대로다.
▲승선교와 사이로 보이는 강선루
선암사의 백미로 승선교는 보물 제400호로 지정되어 있다.
둥근 다리 밑으로 제작된 용머리가 계곡을 향해 있다.
다리의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단다.
▲ 승선교 표지석
▲ 다소곳한 저 다리위의 흙길을 일부러 걸었다.
▲ 강선루
앞 왼쪽 기둥은 물이 많을때는 계곡에 잠긴다고 한다.
풍경 가까이에 정자을 짓고 바라보는 마음들은...
▲ 누마루 밑을 통과하여 들어선 후 바라본 강선루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마저 예사롭지 않다.
▲ 삼인당
삼인당은 인공 못이다.
여름 장마철에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물을
일단 이 연못에 담았다가 계곡으로 내려 보낸다 한다.
못 안의 섬이 계란형인 까닭은 물이 고여 있음을 방지하고
섬 둘레 따라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섬에 배롱나무와 전나무가 한그루씩 있었다는데
지금은 꽃무릇이 한창이다.
▲ 일주문
삼인당에서 굽어진 길을 따라 걸어야 보이는 일주문의 운치가 최고다
▲ 만세루의 육조고사 현판 (김익겸의 글씨)
▲ 범종각
▲ 대웅전과 3층 석탑
석등이 없다
화재가 빈번하여 석등마저 불의 의미로 여겨 세우지 않고
시주로 들어온 석등들은 한곳에 모아 두고 있다고 하였다.
▲ 만세루는 강당처럼 사용하는 곳
지금 열공중
▲ 쪽문이 참으로 정겨워서...
▲ 우람한 편백나무 두 그루
▲ 경내에는 곳곳에 이런 형태의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이 역시 화기를 막기 위함이란다.
▲ 그 유명한 해우소
정월 초하룻날 변을 보면 섣달 그믐날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뒷간은 비움의 공간이다.
공사중이었다.
▲ 왼쪽이 남자용, 오른쪽이 여자용
▲ 내부
냄새도 없었고 깨끗하였다
▲ 역시~~ 스님들께서는 파리에게도 불법을 전수하셨다.
▲ 화장실 앞의 샘물
▲ 템플스테이 공간
▲ 문턱마저 미학이...
▲ 650년 된 와송
▲ 저기 쓰인 海, 水 글자 역시 화기를 막기 위함이란다.
▲ 아늑한 가정집 같은 산사
▲ 은목서라는데....
▲ 야생녹차밭
▲ 선암사 매화
시인들을 불러 모은 꽃은 지고 없는데
매화꽃을 만나지 못한 꽃무릇의 붉은 마음이 애처롭다
▲ 배롱나무의 멋드러진 자태
▲ 고색창연한 건물
▲ 나무의 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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