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마지막 날을 보내는 해질녘의 금강하구
사무실 화장실의 세면대가 고장이 났다. 오래 사용해서인지 배수관이 스스로 풀리면서 제 몫을 못하게 되었다. 부품을 사면 으레 같이 조립을 해줄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난감했다. 부품 값보다 인건비가 몇 배는 될 것이란다. 그렇다면 까짓거,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부품만을 사 가지고 왔다.
사무실에는 여직원만 있었고 사장님도 서투르시다. 이리저리 만져보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 해도 순리대로 해 나가는 절차가 있기에 얕잡아 보아서는 결코 아니 될 일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부품하나 고장 나 있으니 종일 마음이 께름칙하다. 청결해야할 장소가 괜히 불결해 보이니 마음안정이 되지 않는다. 우왕좌왕하고 나서 어설프게 앉아있는데 여직원이 자기 남편이 그런 걸 잘 한다면서 퇴근길에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미안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배설물은 지저분하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들은 배설을 하지 못하면 큰 고통이다. 하여 손을 씻고, 배설하는 장소인 화장실은 지저분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요즈음 화장실문화라는 말이 있듯 화장실을 실내처럼 예쁘게 꾸며 청결함이 유독 돋보이니 거부감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화장실이 아닌 옛날의 변소 주변에는 울타리를 치거나 꽃을 심어 놓기도 하였다. 공간을 구분하여 두는 목적이기도 하였겠지만 꽃의 향과 아름다움으로 지저분함을 희석시키자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꽃을 심어둔 변소나 요즈음처럼 꽃을 꽂아두는 화장실의 차이는 생활의 변천에 따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지저분한 곳을 나름 깨끗이 해 보고자 하는 꾸미는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어떠한 장소만이 아닌 사람도 꾸미기 나름이다. 하물며 마음도 그러하지 않을까. 꽃 한포기 심어두고, 꽃 한 송이 꽂아두는 소박함으로 마음도 꾸며간다면 향기로운 마음장소가 되겠지. 이제 시작하는 무더운 8월, 쉬운 일도 순서대로 풀어가며 내 나름의 지극한 꾸밈으로 막바지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 멀리 군장대교가 보인다. 군장대교는 군산과 장항을 잇는 공사중인 다리다
7월 마지막 날, 오늘 오후에 설치된 닐센아치교는 아마도 명물이 될 것이다.
닐센아치교는 두 개의 아치리브와 바닥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했고
길이 160m, 폭 33.8m, 왕복 4차로의 국내 최대 규모이다.
▲ 지역신문 인용 사진
오후에 크레인으로 설치 중인 모습이다.
멋진 8월을 이어주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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