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바람에 떨어진 오동잎 덮인 오솔길
새벽에는… 장맛비가 내 마음처럼 주춤했는지
비가 조용히 내렸나 봅니다.
무심코 산행 길 나왔다가 불빛에 반사되는
빗줄기를 보고 얼른 엘리베이터를 되돌아 타고 올라가 우산을 챙깁니다.
그러느라 조금 늦게 올랐어요.
소란스럽지 않게 내리는 잔잔한 비에 감도는 적막함으로
새들도 가만 숲속에 몸을 숨겨서인지
내 옷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조심조심 걷는데 매미 한 마리가 소스라치게 울어대니 얼마나 놀랍던지요.
딱 일주일만 살다 가려는데
비에 자꾸만 걸음이 더뎌지니 마음이 급해지는지
매미는 조금치의 틈새도 놓치지 않고 울어댑니다.
잦아드는 빗줄기의 오솔길 풍경도, 또
돌아오는 길에 만난 길가의 텃밭의 풍경도,
아파트 화단의 정경도,
그저 내 마음속에 쏙 들어오는 아침이었습니다.
넓은 호박잎 뒤에 활짝 핀 노란 호박꽃을 만났어요.
빨갛고 하얀 접시꽃, 아직은 풋풋한 수국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우단동자,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의 바위취,
물결치듯 무리지어 있는 까치수영,
함초롬히 피어있는 달맞이꽃,
무리 지어있는 모습이 더 예쁜 개망초,
또 꽃들을 준비하고 있는 이름 모를 꽃봉오리…
이 모든 것들이
내리는 비에 몸을 말갛게 헹구고서는
빗방울을 마치 맑은 수정처럼 달고 있습니다.
지나는 길손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무거움도 잊은 채 물방울을 달고 있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면
나도 어느새 말갛게 헹구어 집니다.
무거웠던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지네요.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너그러운 마음을 종일 달고 다니라는
예쁜 마음 거울을 선물로 받았답니다.
무언가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다는 것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여겨졌던 일들에
덤덤한 마음이 되어 버리는 마음이 아닌지요.
내 마음이 익숙해진다는 것 때문에 누군가는 서운함을 받겠지요?
익숙해짐으로 상대방에게 무관심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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