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정암 오층석탑
(2014.5.12 보물로 승격됨)
봉정암(鳳頂庵)은 이곳 소청에서 306m 높이를 내려가기 위해 1.1km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1,244m에 위치한 봉정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로 4월 초파일에도 눈꽃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한다.
봉정암은 신라 선덕여왕 13년에 자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구해 온 석가모니불의 뇌사리탑을 봉안하려고 전국을 헤매다 설악산에 도착한 어느 날, 스님의 머리위로 봉황새가 나타나더니 어떤 바위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바위가 흡사 부처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바위를 중심으로 주위 7개 바위가 수호신처럼 옹호하는 형상으로 봉황이 알을 품은 길지임에 이곳에 뇌사리를 봉안하고 암자를 지어 봉정암이라 이름 지었다는 설화가 있다.
명산 최고의 터에 부처님사리를 봉안하였으니 성지로서의 신비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 지형 상 접근하기 어렵기에, 하여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기에 그 신비함은 더 할 수밖에 없다. 차량이 들어가는 백담사에서 부터도 5 ~6시간동안 힘든 산길을 걸어야 하는 곳이기에 더욱 신비롭고 또 가보고 싶은 곳인지도 모른다.
소청에서 봉정암까지의 등산로는 검은색으로 짙게 칠해 있다. 최고의 난이도라 일러주고 있었다. 계속 내리막길변의 산등성에서 자라는 낮은 키의 나무들은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지 못하고, 거칠 것 없는 바람을 막아내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급할 것도 서두를 것 없는 자세로 자연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었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에서 오래된 자연의 여정을 속삭여 주는 몸짓이 나의 오늘과 맞닿아 있다.
그들이 풀어내는 그윽함은 형언할 수 없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안겨주니 혼자만의 걸음걸이로 부시워킹을 하며 봉정암을 향하고 있었다. 힘들게 소청까지 올라와서 다시 산길을, 그것도 험준한 산길을 1시간여 내려가야 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계획에 없었던 봉정암을 찾아 나서는 내 마음은 마치 숨겨둔 보석을 찾아 나서는 설렘이었다.
한 번도 꺾이지 않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은 어디에서 잠깐 멈춰야 하는지에 결단력을 잃게 한다. 그렇게 계속 내려가다 보면 다리에 무리가 가는 일은 당연하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갑자기 허기가 진다. 깊은 산속에서 허기를 참아내면 체력이 고갈되면서 다리의 힘이 풀릴 것이니 나는 배낭에서 인절미를 꺼내 들었다. 500원 동전 크기로 잘라 냉동실에 얼린 그대로 배낭에 넣었었는데 먹기에 아주 알맞게 녹아 있었다.
하지만 편안히 앉아서 먹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중청에서 남편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내가 더 늦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걸으면서 한 개씩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걸었다. 맛이 징하게 좋았는데… 갑자기 눈이 커진다. 아, 저 꽃은? 얼레지다!! 천불동계곡 쪽에는 이미 꽃 지고 열매만 남았는데 이쪽 길에는 얼레지가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좋았다. 얼레지뿐 아니라 노랑제비꽃도, 이제 막 잘 자라는 싱싱한 박새도 불쑥불쑥 나타나니 진짜 숨겨진 보석을 찾아낸 즐거움이었다. 그러느라 먹던 인절미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꽃밭에서 다시 등산로로 빠져 나오니 소청대피소 지붕이 보인다.
얼마 전에 새로 지은 대피소답게 깔끔했다. 한 등산객이 대피소 앞 탁자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배낭을 잠깐 내려놓고 먼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저 아래 까마득 봉정암 석가사리탑이 보인다. 비록 멀리 보이지만 작은 탑을 주위 산봉우리가 호위하며 경배하는 듯싶으니 참으로 신성하고 장엄하게 느껴진다. 아직도 800m를 더 걸어가야 봉정암에 도착할 테니 대피소매점에서 생수 한 병을 구입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기암이 없고, 나무가 없고, 꽃들이 없는 험한 산길이라면 지칠 대로 지칠 만큼의 어려운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산은 자연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며 대신 지친 마음을 가져가고 있으니 힘들 것 없는 혼자만의 여정이었다. 간혹 사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우뚝한 바위가 보이고 기와지붕이 보인다.
와! 봉정암이다. 봉정암을 감싸며 호위하고 있는 듯싶은 우람한 바위 형상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인지 봉정암은 평안한 느낌이 들었다. 암자치고는 굉장히 큰 부속건물을 거느리고 있었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경내로 들어서니 시원한 약수가 먼저 나를 반긴다. 한 바가지의 물을 시원스럽게 마시고 조심스레 손을 씻고 최우선으로 사리탑으로 향했다.
이 깊고 깊은 산중의 탑 앞에는 이미 몇몇의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괜한 경건함으로 일단 삼배라도 드려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자연스레 모아진다. 절을 하고 조용히 뒤로 물러서서 한참을 탑을 바라보았다. 탑은 자연암석 위에 탑신을 올린 모습이다. 참으로 소박함이었다. 귀한 사리를 모신 탑이 이토록 단출하고 소박함을 지닌 까닭은 아마도 이 탑을 여러 요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연일까?
4일 전, 그러니까 2014년 5월 12일자로 이곳 오층석탑을 국가지정재문화재 중 보물로 지정했다는 기사를 접한 후니, 왜 이제야 보물로 지정되었는지 조금은 의아스럽다.
사리탑에서 내려와 봉정암 경내를 둘러본 후, 서둘러 다시 소청까지의 오름을 시작했는데 남편의 전화가 왔다. 중청이란다. 오후 2시 16분 이었다. 엥? 벌써? 안전하게 도착한 안도감과 나는 언제 올라가지? 하는 걱정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다시 올라 오는 길, 내려갈 때 미처 만나지 못한 꽃들이 환하게 나를 반기며 힘을 실어준다. 천천히 또박또박 쉼 없이 소청에 올랐다.
▲ 봉정암 내려가는 길목에서
▲ 낮은키로 자라는 높은곳의 나무들
▲ 뫼제비꽃
▲ 소청대피소
▲ 소청대피소에서 바라본 용아장성과 멀리 보이는 사리탑(빨간색표시)
▲ 얼레지
▲ 시인이라면 시 한 수 불러 일으켜 줄 자태
▲ 봉정암 수문장일까?
▲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봉정암
▲ 봉정암 을 호위하는 우람한 바위
▲ 석가사리탑에 간절함으로....
▲ 정말 부처의 얼굴을 닮았다??
▲ 사리탑오르는 길목에서 자비로움을 보내주는 구슬봉이
▲ 봉정암 범종각 앞의 바위 위에서 자라는 나무
▲ 봉정암을 지키며
▲ 봉정암 윤장대
이 윤장대를 한 번 돌리면 불교경전을 일 만 권 읽은 것과 같다 했다.
▲ 댕댕이나무
▼ 다시 소청에 올랐다.
▲ 중청, 중요시설일까?
오르지 못하고 우회하여 지나야 한다.
▲ 다시 소청봉에서 바라봄
▲ 박새
▲ 노랑제비꽃
▲ 덩굴개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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