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10분 이상 쉬지 않기로 했다 힘들게 걷다 쉼이 너무 길어지면 또 다시 걷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을 염려해서다. 양폭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다음 목표점인 희운각대피소를 향해 걸었다. 약 2km에 달하는 거리인데 점점 어려움을 안겨주는 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알려주는 탐방로 구간별 난이도는 색깔로 표시해 주고 있었다. 어려운 코스일수록 색을 진하게 표시해 놓았는데, 이곳 양폭에서부터 점점 진한 색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계곡 물소리는 조금씩 잦아들었고 우리의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늦은 걸음은 충분히 설악이 지닌 신비함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해 뜨는 시간은 오전 5시 10분경이었지만 깊은 설악의 골짜기에는 이제야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뒤 늦은 행보에 조바심이라도 났는지 햇살은 골고루 모든 사물에 햇살을 내려 주느라 정신없다. 강한 빛으로 짧고 굵게 내려 주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높은 곳에서도 꽃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설악에 오면 꼭 만나리라 다짐했던 요강나물 꽃이 보인다. 처음엔 이게 뭐지? 하는 의아심으로 바라보다 그 꽃이 바로 요강나물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 어찌나 좋은지! 정신없이 꽃 가까이 다가가다 쭈욱 미끄러지기도 하였다. 그래도 신났다.
꽃 색이 검정인 요강나물은 선종덩굴이라고도 한다. 높고 깊은 곳에 자생하는 우리나라의 특산종이다. 지금 이 모습은 꽃잎이 벌어지기 전의 모습이어서 쉽게 알아보지 못했으니~~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우리의 시선에는 꽃의 색은 늘 화려한 색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깊은 산 중에 외로이 서 있으니 혼자 충분히 화려함으로 치장할 수 있었겠지만 요강나물은 검은 빛으로 피어 있었다. 득도의 경지를 넘어선 모습으로 보이면서 경외감이 일었다. 혹시 모른다. 저 멀리 남쪽 바다의 마음 아픈 이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띄운 색인지도...
지금처럼 꽃이 피기 전의 둥근 모습이 요강을 닮아서일까? 요강나물이라 불리는 꽃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 이란다. 검정색에 깨끗함을 담아내는 뜻은 무얼까? 이 높은 곳에서만 보여주면서도 화려함이 아닌 차분함을 일러주는 꽃, 나 오늘 그대를 만나 참으로 행복하다오.
▲ 계곡과 산철쭉
▲ 바위틈에서 자라는 식물들
이름을 불러줄 수 도 있었고, 그러지 못하기도 하였지만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지나칠 수 없었다
▲ 천당폭포
천불동계곡의 마지막 폭포다
힘들게 올라오다 이곳에 오면 천당에 온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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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강나물
▲ 회리바람꽃? 확신이 없다.
▲ 짙푸른 녹색사이에서 감초역할을 하는 산철쭉
연한 빛이 참으로 곱다.
▲ 천남성
▲ 삿갓나물
▲ 자주솜대
▲ 귀룽나무
▲ 얼레지 열매
이미 꽃이 지고 열매를 맺었기에 아쉬웠는데...
더 높은 곳에서 꽃을 만났다.
▲ 애기나리 같기도하고 금강애기나리 같기도 하고..
잎이 전혀 다르니 딱 이거다 말 할 수도 없고..
설악산은 나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주었다.
▲ 꽃이름 몰라 애타하는 나를 절경이 위로해준다.
▲ 시닥나무
▲ 아!! "큰개별꽃' 이다
위의 이름을 몰라 애태웠던 모습은 개별꽃이 막 지는 모습이었음을..
이렇게 시원스럽게 알려 주고 있었다. 참 고마웠다.
▲ 드디어 희운각대피소에 도착
갑작스레 맞닥뜨려 전체 모습을 담지 못했다.
▲ 무얼까?? 꽃 진 족도리풀일까?
▲ 희운각에서 바라본 소청
휴!! 저곳까지 올라야 하거늘~~
저곳까지의 등산로 난이도 색깔은 검정색!
최고의 어려운 길임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