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엄한 기상을 품고 떠오르는 해
새벽 4시 30분에 대피소를 나와 대청봉을 향했다. 가슴이 아릿하면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날씨가 풀어지면 괜찮아지리라는 믿음으로 심호흡을 하고 나섰다. 휘영청 달이 밝으니 왜 그리도 좋던지…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보곤 하였다. 해 뜨는 시간이 5시 14분이라 하여 알맞게 나왔는데 맞춤 맞게 일출을 딱 맞추었다.
정말 그 어느 곳에서 만나던 일출보다 장엄함이 느껴졌다.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조금씩 한 발자국씩 하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나갔다. 이곳의 풀 한포기, 꽃 한 송이가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이제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오색 코스는 대청봉에 가장 빠른 시간에 오를 수 있는 코스이다. 하지만 그 반면 완전 급경사의 쉼 없는 내리막길로 이곳 역시 설악폭포까지 등산로의 색이 검정색이었다. 무리 없이 천천히 내려가자며 약속을 한다.
아, 오늘이 토요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라오고 있다. 아마도 산악회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사정없이 올라오나보다. 모두들 가쁜 숨을 쉬면서 우리를 만나자마자 해 떴냐고 묻는다. 거짓말 할 수 없어 진즉에 떴다 하니 아쉬움의 탄성을 지른다. 그러면서 우리를 부럽다 한다. 내려가는 사람을 처음 만난다며 언제 올랐느냐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출이 무어기에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저 우리는 그들의 부러움을 받으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이 코스는 같은 설악산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기암절벽과 계곡이 아닌, 우뚝 솟은 고목들의 괴기스런 모습이 또 다른 풍경을 빚어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꽃들도 많았다. 다람쥐들도 많았다. 언제부터인가 내 몸의 한기도 다 빠져나가면서 회복되었다. 이제 내려가면 맛있는 것부터 먹고 싶었다. 어제 저녁부터 물하고 초콜렛 몇 개만 먹었을 뿐이다.
5시 20분부터 하산을 시작했는데 오색에 11시에 도착, 5시간 40분 만에 내려왔지만 이 또한 표준 시간보다도 많이 소요된 시간이었다. 우리의 설악산 등반은 느림의 행보였다. 하지만 그 느림의 시간 속에 더 많은 것을 채웠다고 자부하는 뿌듯함으로 설악산과 작별을 고했다.
▲ 4시 30분 대피소를 막 나오니 서쪽으로 기운 달이 환하게 떠 있다.
▲ 달 아래 산의 능선들이 제각기 다른 빛을 보이며 그림처럼 앉아 있다.
▲ 대청봉을 오르다 뒤돌아보니 대피소의 불빛이 아련하다.
▲ 일찍 오른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 드디어 붉은 기운이 먼저 차 오른다.
▲ 여기 저기서 들리는 감탄의 소리들~~
▲ 그냥 내려오기 아쉬워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었다.
배낭에는 우리한테서 나온 쓰레기 봉투를 매달았다.
자신의 쓰레기는 모두 가지고 내려와야 한다.
▲ 떠 오르는 해는 능선에서 내려오니 보이지 않았는데
서쪽을 향한 하산길의 하늘에는 빛을 잃어가는 달이
아쉬움을 나무에 걸어두며 나를 배웅한다.
▲ 대청봉에서 자라는 꽃들
조금도 위축감없이 당당하게 꽃 피우고 살아가고 있다.
▲ 고목들의 어울림이 있어 하산길이 즐거웠다.
▲ 어찌나 깨끗하고 청초한지 자꾸만 내 눈길을 잡는 멋쟁이
▲ 세상에!! 나무뿌리가 바위를 보호해 주고 있었으니...
▲ 참으로 기묘한 용틀임의 자세로 살아가고 있네!!
▲ 설악산의 다람쥐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나면 등산로 가까이 나온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서다.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다람쥐~~
▲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 내리막길
▲ 괴불주머니
▲ 매화말발도리
▲ 자주솜대
▲ 괭이눈
▲ 참꽃마리
▲ 물참대
▲ 미나리냉이
▲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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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굴레
▲ 쉬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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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기나리
▲ 드디어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도착!!
설악산 등반을 무사히 마쳤다.
대청봉 높이 1,708m에,
봉정암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 306m의 높이를 더한
2,014m의 산을 오른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나만의 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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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색에서 택시를 타고 차를 주차해 둔 설악동까지 갔다
시간은 50분, 택시요금은 미터기요금으로 45,000원이 나왔다.
설악동에 도착하니 주말을 이용해 설악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한없이 도로가 막혔다.
설악산이 명산임을 다시 한 번 느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