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동 소공원 표시석
16일 새벽 5시 정각에 설악동에 도착했다.
서쪽으로 막 기우는 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 뒷산에서 나를 아늑하게 안아주던 그 달이 아닌가!! 달이 환한 이른 새벽임에도 근무하는 국립공원직원들을 대하노라니 그들의 수고로움이 참으로 고마웠다. 바람은 여전히 세게 불고 있었다. 모자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니 조금 걱정이 되긴 하였다. 그래도 자연은 나를 주눅 들지 않게 다 품어 주리라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었다.
청동대불을 지나고 신흥사를 지나 완전한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우람한 키 큰 나무들이 바람을 잡아주어서일까. 한결 잠잠해진 바람이니 안도하는 마음이 크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시간이었지만 숲은 아직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앞서 단 한 사람이 큰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다.
강원도 인제, 양양, 속초, 고성에 걸쳐있는 설악산은 1,708m의 높이를 지닌 백두대간의 중심에 있는 명산이다. 남한에서 3번째로 높은 산으로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고 있다. 명산인 만큼 찾는 사람들도 많고 오르는 길도 많다. 우리는 설악산 등반로 16개 중 천불동계곡을 따라 대청봉에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계곡 따라 펼쳐지는 웅장한 기암절벽의 모습이 마치 천의 불상을 세워놓은 것처럼 다양하다 하여 붙여진 천불동이니 이름만으로도 가히 그 비경을 짐작케 한다.
안내도에 따르면 우리가 택한 코스는 대청봉까지는 총 7시간에서 8시간이 소요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넉넉히 10시간을 잡았다. 절대 무리하지 말자고,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며 걷자 하였다. 어차피 중청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끊임없이 들리는 계곡 물소리가 청아했다. 계곡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의 우람함에 놀랍기만 하다.
계곡물에 씻기고 씻긴 말간 빛의 바위들의 모습에는 저절로 이야기가 스미어 있을 것이다. 1시간 쯤 걸어 비선대에 도착했다. 마고라는 신선이 이곳 바위에서 놀다 하늘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있어 비선대란다. 아찔한 절벽아래의 널찍한 바위들이 지닌 약간의 기울기는 흘러내리는 물줄기들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있었다. 정말 신선들이 앉아 놀기라도 했듯 곳곳에 새겨진 글자들이 더욱 오묘함을 안겨 준다.
비선대의 널찍한 바위위로 치솟은 아찔한 절벽위로 우람한 봉우리 세 개가 나란히 있다. 장군봉, 형제봉, 적벽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이곳은 암벽 등반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란다. 옛날 신선은 스스로의 흥취로 하늘로 올라간 곳을 요즈음 우리 사람들은 밧줄을 타고 오르려 한다. 어쩌면 신선이 되고픈 마음일까 아니면 하늘을 날고 싶은 희망일까 . 그 틈에 내 마음을 살짝 끼워보고 싶다.
처음 만나는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금강굴과 설악산에서 가장 힘들다는 공룡능선을 오르는 길이다. 우리는 얌전히 그나마 쉬운 코스인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계곡의 경치는 지금부터 시작이란다. 눈을 크게 뜨고 발은 조심하며 산천이 말없이 그려주는 비경들을 가슴깊이 담아 두어야겠다.
▲ 청동대불
▲ 누군가가 혼자 일찌기 걸어가고 있다.
▲ 함박꽃이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수줍은 웃음을 보인다.
▲ 계곡 안에서 자라는 나무
누가 꾸며 놓았을까. 저 아름다운 정원을...
햇살이 슬그머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 점점 계곡이 깊어지고 있다.
▲ 쪽동백
▲ 옛날 마고선(麻姑仙)이라는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기며 아름다운 경치를 너럭바위에 누워서 감상하였다고 하여 와선대(臥仙臺)라고 하였다. 숲이 울창하고 기이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절경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너럭바위 흔적은 사라지고 지금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 햇살이....
▲ 계곡의 바위 위에서 자라는 소나무
멋있다 여기는 내 마음이 조금은 어설프다
▲서어나무
이름이 예쁘고, 글 속에 자주 등장하기에 관심을 가진 나무였는데
나무 꽃은 처음 만났다.
▼ 드디어 비선대, 이곳까지 50분을 걸었다.
기암절벽 사이에 한 장의 넓은 바위가 못을 이루고 있는 곳,
저 아래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던 마고라는 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랐다 하여 비선대라고 부른다.
▲ 너럭바위에 새겨진 글자들이 신비함을 더해준다.
▲ 절벽위로 솟은 높은 봉우리를 아침 햇살도 넘기가 힘 드는지 쉬어간다
▲ 맑은 물, 과연 신선이 노닐만한 곳이다.
▲ 암벽 등반가들이 즐겨 오른다는 바위 봉우리
▲ 갈림길
이곳에서 천불동계곡을 지나 대청봉으로 이어지고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있다.
우리는 왼쪽길을 택하여 천불동계곡을 따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