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천년이 넘은 느티나무 (내소사)
요즈음 곱지 않은 나무가 없겠지만
내 눈에는 느티나무의 단풍이 유난히 곱게 보인다.
유난히 큰 몸치에
잎은 왜 그리도 작고 가녀린지…
단풍마저도 붉거나 샛노랗지 않은
잔잔한 갈색을 머금은 노랑이라고 표현해야할까
참으로 겸손한 모습이다.
겸손함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기에
벌레들도 함부로 슬지 않는다.
깨끗하고 우람하게 자란 느티나무는
잘 썩지 않아 가구 재료로도 으뜸이란다.
느티나무!!
이름만 들어도 정겨움이 묻어나는 나무다.
무언가 모를 편안함과 안정감을 둥글게 펴 주면서
사골 마을 어귀에 서서
오가는 길손들의 지친 마음을 안아주는 너그러움을 가득 지녔다.
느티나무라는 이름은 늙은 티를 내는 나무여서 얻은 이름이란다.
사실 오래 사는 나무로 수형이 기이하거나 아름다워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 중 느티나무가 제일 많다.
그리 넓은 잎이 아닌데도
오래 쌓은 정으로 그늘을 내려주고
바람을 모아주는 마음 넉넉하기 이를 데 없는 나무~
그래서 더욱 늙어 보이나 보다.
하지만 오래된 느티나무는 속이 텅 비어 구멍이 나 있는 경우도 많다.
빈 몸으로 큰 나무를 받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난다.
자식들로 인하여 힘드실 때 한 번씩
‘왜 그렇게 내 속을 썩이느냐’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느티나무는 우리 어머니처럼 속을 다 내 준 빈 강정 같은 몸이다.
그래서 더 정겨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느티나무가 아닐까
이 가을 ~
내 속이 썩는 일이 있어도 그냥 참아야겠다.
그럼 느티나무처럼 멋지게 물들 수 있을 거야.
내소사 느티나무
고사된 느티나무
수령 600년으로 김제 흥복사의 신단목이다.
누구를 향한 그리움의 손짓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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