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마음 빛, 감빛

물소리~~^ 2013. 11. 25. 17:14

 

 

 

 

 

 

 

한 번 다녀가라는

어머니의 권유가 며칠 째 이어졌지만

사는 게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응, 응 대답만 해 놓고 가지를 못했습니다.

 

어느 하루 조금 일찍 조퇴를 하고 달려간 길,

우리 딸 어서 오라며 반기는 어머니는

거실 한 쪽에 보따리, 보따리 꾸려 놓고 계셨습니다.

현미, 찹쌀, 참기름, 참깨, 고구마, 은행, 우거지 삶은 것,

또 감이 있었습니다.

 

유독 내 마음이 찡하게 울린 것은

감과 함께 가지째 꺾어 놓은 감가지 이였습니다.

어릴 적 추억을 가득 품은 먹감이었어요.

언제나 가을이 되면 유독

감가지 꺾어 걸어 놓는 것을 좋아하는 저를 잊지 않고

어머니의 마음 빛으로 준비해 두셨습니다.

 

차라리 농사라도 짓고 계시다면

이런저런 여러 가지가 당연하다겠지만

농사도 짓지 않으시면서

알음알음 지인들을 통해 얻어 놓으신 것이지요.

혼자 계시는 어머니의 마음에 그냥 슬픈 행복이 스며오네요.

 

문득

늦가을 저녁 어머니를 도와 아궁이에 불 지피며

활활 타는 불길에서 눈을 떼고 밖으로 눈길 향하면

텃밭의 빈가지 감나무의 감이 빨갛게 빛을 발하던

그 서정이 밀려왔습니다.

참 그리워집니다.

그 시절, 그렇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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