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열매 풍성한 팥배나무

물소리~~^ 2013. 11. 6. 13:04

 

 

 

 

 

 

 

 

 

일요일 낮 산을 올랐다가 만난 무수한 열매들에 그만 가슴 벅참을 어쩌지 못했다.

모든 나무들은 결실을 맺기 위해,

종족번식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제 빛을 내 보이고 이었다.

그 중 팥배나무의 붉은 열매들의 온 산을 장식하고 있었다.

봄에는 수많은 흰 꽃을 피우며 나의 산책길을 수놓아 주더니

이 계절에는 온통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 어디 산의 나뭇잎들만 붉게 물들까.

단풍보다 더 고운 열매들의 붉은색에는 서기가 서려있으니

나는 마치 레드카펫을 걷기라도 하는 양 발걸음을 예쁘게 내 딛고 싶어진다.

참 예쁘다.

팥배나무 열매는 산새들의 겨울먹이로 유용하며

산새들이 다 먹지 못하면 봄에 새 순이 나올 때 떨어진다고 한다.

 

계절에 순응하며 차츰 진노랑으로 물들어가고 잎 사이에서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열매의 환상적인 어울림을 무어라 표현해야할까.

씨앗을 멀리 퍼트리기 위해 자신을 돋보이게 해야 하는 일에

저토록 충실할 수 있음은, 자신이 지닌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모든 것을 정성으로 가꾸는 마음이 아닐까.

열매를 매달고 있는 가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꽃꽂이처럼 꽂아두거나 어느 곳을 장식 하고프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가을에 익은 열매는 팥을 닮았고,

봄에 피는 꽃은 배꽃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파란 하늘아래 유독 붉은 열매의 나무는

예부터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무이다.

고사성어 감당지애(甘棠之愛)의 棠은 ‘팥배나무 당’ 이다.

周(주)나라 召公(소공)의 善政(선정)에 감격하여

백성들이 그가 일찍이 쉬었던 팥배나무를 소중히 여겼다는 말에 얽힌 이야기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면 의미가 주어지는 이치에 어긋남이 없다.

 

팥배나무를 뜻하는 또 다른 한자는 杜(두)로써 ‘팥배나무 두’이다.

두문동은 팥배나무가 무성하여 산이 깊고 험해 사람이 살기에 어려운 동네였다고 한다.

고려 말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켜 조선을 세우자

고려의 문신 72명과 무신 48명이 새 왕조를 섬기기를 거부하고

경기도 개성 송악산 자락에 있는 두문동(杜門洞)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이성계는 그들을 회유하려했지만 나올 기미가 없자 두문동에 불을 질렀는데

모두 죽고 7명만 살아남았다는 역사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두문불출 이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사연이다.

 

감당지애, 두문분출의 어원에 팥배나무가 있었으니

그만큼 팥배나무는 예부터 지켜 내려온 나무였다.

여름은 무성한 푸른 잎으로, 가을은 풍성한 붉은 열매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무였음에 틀림없다.

 

우리 주변의 자연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이다.

특히나 요즈음처럼 모든 것을 비우려 하는 자연의 몸짓에서

아쉬움보다는 희망을 찾아보고 싶은 작은 마음을 지니도록 해주는

탐스런 열매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 같은 나무 / 느티나무  (0) 2013.11.15
이른 아침의 메시지  (0) 2013.11.08
옹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  (0) 2013.11.05
제 자리에 있음이 아름답다  (0) 2013.11.01
길섶에서  (0) 201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