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태생으로 미국국적을 가진 미국작가이다. 그가 15살 무렵에 가족과 함께 정치적 망명을 하였다. 그의 첫 작품 ‘연을 쫓는 아이’ 를 읽으면서 작가는 자신의 고국인 아프가니스탄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지금 읽은 ‘그리고 산이 울렸다.’ 에서도 태생의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구절을 만난다.
“네 뿌리를 아는 건 중요한 거야. 네가 한 인간으로서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아는 건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이 비현실적인 것 같거든. 수수께끼처럼 말이지” (p504)
이러한 의식을 가진 작가는, 자신의 근본인 아프가니스탄의 국가적, 정치적 배경의 어지러움과 그 어지러움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동포들의 삶을 간과하지 않는 눈길에서 뭉클함이 전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압둘라와 그의 여동생 파리의 이야기부터 시작이 되지만 이에 연관된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그들이 지나온 삶의 여정들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가족이었다.
압둘라의 아버지는 자기의 딸 파리, 즉 압둘라의 여동생을 부잣집으로 데려간다. 돈을 받고 보내는 것이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압둘라는 동생 파리를 오빠로써, 때론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며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생이별을 하는 것이다. 압둘라는 그 아픈 기억을 평생을 끌어안고 살지만 아주 어린 동생은 그런 사실을 잊은 채, 다만 자신에게서 무언가가 빠진 듯싶은 부재감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작가는 이 아픈 이별을 58년 후에 만날 수 있게 하지만 오빠는 치매에 걸려 동생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아픈 기억을 치매라는 끈을 붙들고 모두 놓아버린 것이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 아닌가.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옴을 어쩌지 못하는 나다.
작가는 이 두 사람의 슬프도록 아린 마음들을 에워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장별로 구분하여 전개한다. 남매의 아버지, 외삼촌, 또 그들의 대를 이어받은 손자들 이야기까지도 전혀 맥이 끊어짐이 없이 읽혀진다. 모두가 주인공과 밀접하게, 때론 빙 돌아가는 인연들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랑도 있고 배반도 있고, 부정도 있다. 모두 그들의 삶속에서는 한 나라가 처한 현실을 등에 업고 살아가는 아픔이 있다.
파리를 부잣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사막 위를 딸을 태운 수레를 끌고 가는 아버지, 반신불구가 된 쌍둥이 언니를 사막에 버려두고 돌아서는 동생의 처절한 마음, 많이 다친 소녀를 치료를 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이행하지 못하는 비겁한 마음, 이 모든 것을 아프가니스탄을 지키는 산들은 말없이 지켜보았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은 역사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도시다. 산이 많은 지형적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움은 정치적 비극을 담고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끈질긴 삶의 여정을 펼치도록 하고 있음을 울림이라 표현한 작가의 표현이 퍽 인상 깊다. 산들의 침묵은 그 곁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어 전해진다. 사람들은 그 울림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비켜가지도 못하면서 은연 중 자신들 삶에 깊숙이 끌어 들이고 있음이다.
어쩌면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적, 정치적 사실에 빗대어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삶이 참 슬픈 것임을...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동도 자신만이 아닌, 타인들에게도 울림이 되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깨우쳐 주는 것 같다. 야트막한 산을 매일 아침 오르내리는 나 자신의 행동들도 어쩜 우리 뒷산은 낱낱이 알고 외우고 있을 것이다. 아, 내 뒷산도 울림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그 울림이 전해질지 새삼 긴 책 읽기의 여운에 눈을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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