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물소리~~^ 2013. 7. 10. 21:45

 

 

 

 

 

 

작가 고미숙님은 아마도 박지원의 열혈 팬이지 싶다.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열하일기』에서 박지원의 모든 것을 논문식으로 파헤치며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느닷없이 다산 정약용을 끌어와 두 시대적 영웅을 나란히 세워놓고 하나하나 비교 분석하는 철저함이라니!! 참으로 놀라웠다. 작가의 창의성이란 이런 것일까?

 

여태 개인적으로 다산 정약용을 참 많이도 흠모했고, 박지원의 높고도 깊은 문학적인 마음을 배우고자 늘 노력해 왔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두 사람을 같은 시대의 사람, 한 임금을 모신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물론 나이차도 많고 각자 다른 분야에서 최고를 달린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딴 세상의 사람들이지 싶은 당연한 생각에 머물렀던 것 같았다.

 

그런 편협적인 내 의식에 파고든,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최고의 두 지성인을 한 선상에 올려놓고 하나하나 비교하는 작가의 관찰력과 상상력에 놀랍기만 하였다. 어쩜! 그렇지! 하는 맞장구가 절로 나옴을 막을 수 없었다.

 

모습과, 태어난 시, 호, 사상, 가족, 또 정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까지 무엇 하나 경이로움을 아니 느낄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 있었던 비교는 두 지성인의 최고의 걸작이라 이르는 열하일기와 목민심서의 대결 이었다. 열하일기에서 자유분방함과 유연성이 느껴진다면 목민심서에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함, 모범생의 풍모가 읽혀진다고 하였다.

 

다산이 리얼리즘의 대가라면, 연암은 유머와 패러독스의 달인이라 하였다. 박지원을 노마드로, 정약용을 앙가주망으로 칭한 작가의 열변에는 가히 대적할 그 무엇이 없었다. 나 역시도 8권으로 된 소설 목민심서는 읽었어도 정약용이 집필한 48권으로 된 목민심서는 단 몇 줄 읽기에 그치고 말았다. 그것도 책이 아닌 연재나 칼럼들을 통해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교과서에서 열심히 배우면서 ‘호질’ ‘양반전’ 등 시험에 잘 나온다는 글 몇 편들만 읽었을 뿐이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 재미로 따진다면 소설 목민심서와  몇 편의 열하일기라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문학적인 내용을 쉽게 찾아  읽은 재미가 있어 이렇게 작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 것이다. 

 

열하일기는 쉽게 읽히는 내용의 고전, 목민심서는 독서를 위한 책이 아닌 실천적 지침서로서의 고전이다.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면서도 누구도 다 읽지 못했을 책이 고전이라는 뜻일까? 이를 작가는 고전에 관한 가장 슬픈 정의라고 말한다. 작가는 두 책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의미마저 두 사람의 성품과 일치한다고 정의한다. 또한 두 책의 속성을 물과 불로 끌어내며 두 작품의 전혀 다른 유형을, 닮은꼴로 유추해내는 작가님의 해박함에 놀라울 뿐이다.

 

어디까지나 연암에겐 호의적인 작가님이신 것 같다. 이 책을 읽음으로 나 자신에 찾아든 변화는 내가 지니고 있었던 연암의 위치는 상승했고, 다산의 위치는 하락했다. 어쩌면 내 마음 속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걸작들은 언제나 평행선을 그으며 나아가고 있을 것 같다. 감히, 근대조선의 두 지성인을 비교할 능력이 내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극과 극으로도 소통할 수 있었던 훌륭하신 선조님들에 대한 자부심이 그득 차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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