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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물소리~~^ 2013. 7. 18. 08:17

 

 

 

 

 

 

자키 쓰쿠루는 스스로를 개성이 뚜렷하지 않는, 색깔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끼리 자원봉사를 하다 친해진 다섯 명은 오랫동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정을 지켜 나가게 된다. 완벽한 공동체였다.

그 친구들 이름이 우연히 색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늘 성적이 톱인 아카(赤), 럭비부 주장인 아오(靑),  피아노를 잘 치는 시로(白, 여자),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독서가인 구로(黑, 여자)였지만  쓰쿠루라는 이름에는 색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이름에서 색을 찾을 수 없다 했지만 쓰쿠루는 공부도 성격도 모든 것에서 중용이면서 색채가 희박한 존재였다.

 

이쯤에서 독자로서의 나는 다섯 명이 이루는 공동체에서의 불균형을 생각했다. 그 불균형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쩌면 쓰쿠루가 가장 개성이 특출한 인물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전개가 사뭇 궁금해지면서 내 상상력이 어느 정도로 근접할까라는 기대감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었다.

 

과연 그 철옹성 같은 공동체는 그들이 대학 2학년이 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쓰쿠루는 그 친구들로부터 어떤 이유나 설명조차 듣지 못하고 아주 철저하게 절교를 당한다. 혼자 외톨이가 된 것이다. 그 후, 근 반 년 동안 죽음만을 생각하며 지낸다. 겨우 겨우 그 고통을 이겨 낸 쓰쿠루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친구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남에게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36살 어른이 된 것이다.

 

16년 동안 그렇게 지내던 쓰쿠루는 철도회사에 다니면서 두 살 연상의 여자 사라를 만난다. 여전히 16년 전의 마음 상처를 지닌 채였다. 사라는 쓰쿠루에게 그 친구들을 찾아 만나보라고 권유한다. 그래야 ‘마음에 걸려 소화되지 않은 무엇인가를 풀 수 있다.’ 고 조언한다.

 

그렇게 16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않았고 소식조차 몰랐던 그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이에 작가는 리스트의 음악 'Le Mal  du  Pays'(순례의 해) 를 끌여 들여와 의미를 부여한다. 쓰쿠루는 순례의 여정에서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그 당시 왜 그들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를 알게 된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일, 공동체의 일원인 시로를 강제 성폭행한 사람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4명의 친구들은 쓰쿠루를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으면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쓰쿠루는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가장 잘나고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연 두 명의 여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인기가 있었고, 그녀들 역시 좋음을 좋다 표현 못하는 룰 속에서 빚어진 행동이었고 오해였다.

 

역시 독자인 나의 추측이 어느 정도 적중했음에...

 

역시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풍부한 음악적 해석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끌고 가며, 가끔씩 들려주는 인용 글에서 작가의 독서력도 느껴보았다.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사색적인 문장들 속으로 깊이 빠져 들게 한다. 나의 지적 허영심을 매력적으로 채워주는 구절을 몇 번씩 읽으며 기억하고 싶도록 한다.

 

" 먼저 역(驛)을 만들어. 전차가 저도 모르게 멈추고 싶어 할 만 한 역을. 그런 역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거기에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거야. 그리고 못으로 네 이름을 토대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 거야." (p382)

 

어쩌면 이 말은 자신만이 스스로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창의성을 앓지 않는다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나를 먼저 찾아 올 것이라는, 그런 교훈이라고 마음에 새겨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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