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뒷산의 가을
가을이 스민 산길
일요일 이른 아침, 선선한 바람결에 마음이 일렁인다.
가을이 왔구나.
그동안 덥다고 오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뒷산에 올라 가을을 만나고 싶다.
산 초입에 이르러 큰 호흡으로 몸을 가다듬고 한 발자국씩 조심스레 내디뎠다.
오솔길은 내가 걸을 수 있는 만큼의 길을 내주고
오솔길 양옆으로 흰 고마리 꽃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옹기종기 앉아 나를 바라본다.
오랜만이에요~~
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처음 봉우리까지 올라가는데
산등성 숲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밤 줍는 사람들이구나~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긴 자루와 기다란 집게를 들고 풀숲을 헤치며 밤을 줍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도 저 틈에 끼어볼까? 했지만
모처럼 산을 올랐으니 난 더 많은 가을빛을 만나야 한다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웬걸~~ 그냥 걷기만 하는 내 발밑에 알밤이 한두 개씩 보이는 것이다
그거마저 거부할 수는 없지~
몸을 숙이고 밤을 줍는다. 그냥 길 위의 밤을 주웠을 뿐인데도 내 손이 가득해진다..
얼른 주머니에 넣고 걷다가 떨어져 있는 온전한 아람 한 송이를 만났다.
어머나~ 어머나~하며 사진을 먼저 찍고 가시투성이 속에서 밤을 꺼냈다.
금방 떨어져서 그런지 유난히 윤이 나는 고운 밤이다.
조금 더 걸으니 미국쑥부쟁이의 참신한 얼굴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그래, 더위를 용케 이겨 냈구나
며느리 시리즈로 내 블로그를 장식했던 며느리밑씻개도,
며느리배꼽도 보이는데 며느리밥풀꽃은 보이지 않는다.
개여뀌도 풀숲에서 고운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기다란 줄기에 보라색 예쁜 꽃을 달고 있는 산박하는
바람에 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슨 방법으로 저렇게 날렵하게 살아갈까.
붉은 고마리도 ‘나도 있어요’ 하며 나를 반긴다
잔잔한 꽃들이 있어 더욱 정겨운 오솔길의 정갈함은
가을이 스민 다정함이다.
내 얼굴을 스치는 다정함에 이끌려 나도 가을 속으로 풍덩 빠져 보았다.
2) 바닷가 가을
오늘은 힌글날
아침 일찍 태극기를 게양하고 밀린 일을 처리하려고 사무실에 나갔다.
어느 정도 일을 마치고 나니 좀이 쑤신다.
이 좋은 날~~
문득 해국이 피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비응항 근처의 마파지길로 달려갔다
이곳은 군사시설로 출입통제지역이었는데
얼마 전에 개방한 곳으로 데크길 양 옆으로 자라는 식물들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어서 참 좋다
사진을 찍을 때도 데크 철망 사이로 폰을 집어놓고 찍어야 했지만
그래도 가을꽃을 만나는 기쁨에 즐겁기만 했다.
해국은 아직 소식이 없다
이번 주말에는 고추장 담고 다음 주말에 다시 한번 와 봐야겠다.
아직 기다림의 여운을 안겨주는 가을이 더없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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