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시간에 떠밀린다.
이 나이에 무에 할 일이 많다고…
어제저녁만 해도 그렇다.
여느 때와 달리 조금 일찍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하며 창밖을 보니
점점 길어지는 낮 시간 때문인지 밖이 환했다.
순간 나는 아! 꽃 만나러 가도 되겠구나! 하며 혼자 좋아한다.
마삭줄 꽃이 한창 피었을 텐데 지난 주말에 다녀오지 못하고
벌써 수요일이 되었다.
그들은 절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간단한 차림으로 뒷산을 향했다. 괜히 쭈뼛거려진다.
누구라도 만나면 점점 어두워지는 시간에 산을 오르느냐고
힐난하는 듯싶은 걱정 소리를 들을까 봐서다.
다행히 마삭줄은 두 번째 봉우리 주변에서 자라고 있으니
20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산 초입에 이를 때까지만 해도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일단 산 오솔길에 들어서니 마음이 날아갈 듯 좋다.
초록이 가득한 산 입구의 한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도
저녁 준비를 하는지 모여 앉아있다.
정겨운 오솔길 주변의 찔레꽃이 더없이 정겹다.
이렇게 나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 오솔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삭줄만 만나고 얼른 뒷산에서 내려와
오늘은 호수 주변이 아닌 산을 끼고도는 에움길을 걸었다.
이 길 또한 나를 반겨줄 새로움이 가득한 길~
늘 차로 쌩쌩 스치곤 하는 길인데
오늘 모처럼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