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날임과 동시에 가을의 마지막 날,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점심시간에 외출을 했다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일을 마치고
아들이 사준 두툼한 패딩점퍼를 입고 은행 건너편 이면 도로를 걸었다
15분의 여유가 있었으니 문득 내가 만나고 싶은 나무를 보려면
빠른 걸음으로 다녀오면 될 것 같았다.
푸른빛 하늘의 팽팽함은 겨울 기운이 가득했지만
하얀 구름이 부드럽게 풀어주니 새들은 지절거리며 나무 위를 맴돌고 있다
찬 기운이 가득한 계절 하늘의 구름과
지상에서 하늘을 향한 나무의 자태가 참으로 곱다
멀구슬나무다
우리나라 남쪽지방과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멀구슬나무는
아열대지역이나 열대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로
추운지방이 아닌 곳에서 자라기에 북쪽한계선이 있는 나무다.
내가 이 나무를 처음 만난 곳은 전남 완도에서였다
그 후 찾아간 어느 섬에서
고깔모양의 연보랏빛 5월의 꽃을 만나고서부터는 관심이 배가 되었다.
꽃이 참으로 예쁘기도 했지만
그윽한 향으로 절로 눈길을 끌어갔기 때문이다.
이름이 예쁜 멀구슬나무는 쓰임새도 아주 많다고 한다.
꽃은 향료로, 잎은 살충제, 껍질과 열매는 약용, 씨앗은 염주, 목재는 가구나 공예품을 만든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유용함으로 희생하며 살아가다니...
버려야 버림받지 않는 다는 이치를 나무는 알려주고 있으니
한 해를 돌아보는 시절에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한다
한 제약회사에서는 이 나무의 열매에서 알츠하이머 예방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하니
앞으로 멀구슬나무와 친하게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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